Day 14

오늘의 나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인가?

by 전세화

냉장고 안쪽,

빛이 잘 닿지 않는 자리로

서서히 밀려났던

짙은 머스터드 색.


뚜껑 가장자리에

굳어버린 덩어리 사이로

겨우 나오는 얇은 한 줄기의

묽은 머스터드의 색.


윤기 없이 탁한 덩어리 아래로

투명한 액체가 천천히 흐르는 색.


한동안 뚜껑을 닫고

냉장고 깊은 곳으로

밀어 넣어 두었던 냄새가

다시 코끝을 스치는 날,

오늘 내가 입고 나온

옷 안으로 땀이 흘러 내리는

두툼한 털 스웨터의 색.


오늘의 나는 그런 색이다.


폐가 한껏 부풀어 오르지도,

맑은 숨을 한껏 터트리지도 못하는 색.


머리가 묵직하고

어깨가 지끈거리는데,

그와 동시에

머리의 깊은 곳이 고요해지는 색.


마른 표면 아래로

투명한 숨이 새어 나오고

더욱 짙어진 색만 남는다.



2025.11.23. 기록

이전 14화Day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