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내면은 흐름이 있었나, 멈춤이 있었나?
오늘의 햇살은 따뜻하고 눈부셨다.
어제의 다짐을 하나도 지키지 못한 몸 위로도
같은 온기로 내려앉았다.
변함없는 온기가
곁에 머물렀다.
조용히 내려와
나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하루는 느리게 시작됐다.
화장을 할 시간은 없었지만
음악을 들을 여유는 있었다.
귓가를 통과한 리듬이
오늘의 속도를 대신 정했다.
음을 따라 마음이 조금 떠올랐다.
잠깐이었다.
따뜻함으로 부풀어가던 마음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진다.
가볍던 공기에
잊혔던 무게가
한순간에 얹힌다.
전화벨.
뒤집힌 화면 위로
몸이 먼저 기억해 낸
무게가 내려앉는다.
전원 버튼을 눌러
그 이름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방금의 낙하 위에
오늘의 약속을 급히 떠올린다.
얼마 만에 마주한 얼굴인지 모른다.
자주 닿지 않아도
떠올리지 않아도
늘 같은 높이에 머물러 있던 시선.
마주 앉은 존재만으로
어깨가 먼저 내려앉는다.
비어 있던 안쪽에
익숙한 온기가 천천히 스민다.
멈춰 있던 공기는
차오르는 온기에 밀려난다.
처음 보는 아이섀도의 색,
달라진 화장법,
새로운 네일,
익숙하지 않은 옷과 신발.
건너뛴 시간들이
그 표면 위에 고여 있다.
몇 마디의 인사로
멈췄던 우리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서두르지 않은 호흡으로,
어제에서 이어지듯.
밀린 이야기의 대부분은
여전히 나의 것이다.
그녀의 눈빛과 끄덕임,
짧은 추임새는
한 번도 어긋나지 않는다.
멈춰 있던 공기 속
한결같은 반응에
쌓아 두었던 말들이
차례 없이 쏟아진다.
그녀의 넘치지 않는 따뜻함이
말끝마다 묻어 있다.
무심한 듯 남아 있는
계산의 흔적이
여전한 고향의 맛이
귓가에 은은하게 퍼진다.
가을의 그림자가
반대편으로 넘어가듯
우리의 시간도
천천히 기울어 간다.
그 사이,
시간이 몇 번 멈췄다.
오후 12:30
오후 12:41
오후 1:40
오후 6:38
멈출 때마다
숨은 한 박자 늦어지고,
몸은 자리에서 멈춘다.
계속 흐르는 말 사이에
시선이 한 번 떨어진다.
수업 중 고개가
툭 떨어졌다가
급히 들리는 순간처럼,
눈앞의 풍경이
잠깐 낯설어진다.
2025.11.28.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