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오늘 나를 지배한 빛의 색깔은 무엇인가?

by 전세화

아침을 여는 시간에 눈이 한 번 떠졌다.

깨어나지 못한 머리를 앞세운 채

다시 이불속으로 가라앉는다.


다시 눈을 뜬 건

햇빛이 방의 끝을

이미 채운 시점이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억지로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빛이 들어온다.

곧바로 어두워진다.

다시 밝아진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구분되지 않는 사이에

세상은 몇 번이나 깜빡인다.


빛이 들어오는

그 찰나마다

눈 안쪽에 남는 장면.


어제보다 조금 밝아진 햇빛,

하지만 여전히 탁한 색.

누렇게 번진 공기 속에서

윤곽이 끝내 모이지 않는다.


창밖에서

나뭇가지를 건드리는 새의 소리만

이상하리만큼 또렷하다.


며칠 전,

눈부시게 쏟아지던

세상을 깨우는 햇살은

이미 마무리된 계절 속에 묻혀 있다.


오늘의 세상은

누리끼리한 빛을 두른 채

멈추지 않고

앞으로 흘러간다.


나만 두—세 걸음 뒤에서

세상이 먼저 지나간 빛을

뒤늦게 몸으로 느낀다.


마치

나만 몇 걸음 뒤에 남겨진 것처럼.


나 홀로 맞는

지나간 세상의 빛이

따스히 고요하다.


세상이 먼저 지나간 자리 위로

한 박자 늦은 발이

조심스럽게 내려앉는다.


손끝은 아직 따뜻하고,

부풀어 오른 공기가

주변을 가득 채운다.


그저
지나간 빛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과 같은 시간의 빛을

몸으로 더듬는다.


덜 선명하지만

분명 그날에도 보았던

나무의 그림자.


흐릿한 그림자 위로

누런 빛이

서서히 내려앉는다.



2025.11.26.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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