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어느 계절에 가장 가까운가?
연둣빛을 아직 머금은 산을 등지고
바다가 먼저 계절에 닿는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넓게 펼쳐진 수면이
짙은 푸른빛으로
소리 없이 내려앉는다.
아직 이곳의 공기에는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는데도,
바다의 표면은 먼저 식어간다.
어둡게 가라앉지도,
밝게 빛나지도 않는 색으로
물결 위를 고르게 뒤덮는다.
깊숙이 남아 있던 온기가
짙은 빛의 가장자리를 맞잡는 순간,
손끝에 먼저 닿은
시린 빛이
천천히 머문다.
누구보다 먼저,
한기를 안은 수면 위로
바람이 오래 머문다.
아직 공기 속에
열기가 남아 있는데도,
바다는 그 위로
슬며시 다가온 바람을
살짝 얹어준다.
가볍게 일렁이던 물결이
표면을 가라앉히고,
아직 따뜻한 물결 위로
차가운 기척을 들인다.
여름이 남긴 열 위에
차가운 표면이
살짝 닿아 있는 곳.
그곳을 지나치지 않은 것은
나뿐이었다.
2025.11.30.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