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2

지난 3주간 쓴 글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을 골라보세요.

by 전세화

누구보다 먼저,

한기를 안은 수면 위로

바람이 오래 머문다.


다시 처음부터

공책을 넘겼다.


초반의 문장들,
지금은 잘 떠오르지 않는 하루들,
읽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하던 날들,
차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잠시 눈을 떼게 되는 문장들까지.


스무 하루의 시간 동안

이 작은 공책 안에는

이렇게 많은 장면이 눌러앉아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몇 개의 문장이

자꾸 손을 붙잡았다.


페이지가 얇아질수록

끝내 포개지지 않는

문장 하나가 남았다.


마침표를 찍고

고개를 들었던 그 순간,

이상하게도 오래 귀에 남아 있던 문장.


텅 빈 마음을 채우려고

나는 매일 문장을 적었다.

흔들리다 멈췄고,

잠시 올라섰다가

다시 미끄러졌다.


그렇게 쌓인 문장들은

나를 멀리 옮기지는 못했다.


다만

하루의 온도,

그날의 숨결,

지나간 장면들을

하나씩 남겼다.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조심스럽게 받치고 있다.


여전히

지금의 모습이 낯설다.

이렇게 살아가는 하루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써 내려온 문장들이

어색해하는 나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는 것 같다.


마음도 머리도 뒤에 남겨 둔 채

먼저 도착해 버린 나를 위해

조금 늦게 따라온

온기처럼.



2025.12.01.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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