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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Oct 24. 2022

아이가 게임을 끌 수 있도록 돕는 법

기자가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해보겠다며 갑자기 피시방 전원을 차단했던 뉴스를 기억하시나요?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당황하며 화를 내는 장면이 나왔지요. 이 뉴스는 패러디되어 아직도 종종 회자되곤 합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아이에게 이제 게임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할 때 부모님들이 이와 비슷한 실수를 종종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판만 하고 그만하라고 말했는데도 계속해서 게임을 끄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엄마들은 화가 납니다. 이 녀석이 엄마 말을 무시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무능한 아이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 번 두 번 기회를 줄 때마다 화는 더 쌓여갑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가 하던 게임을 강제로 꺼버리고 말지요. 그러면 아이는 화를 내며 부모에게 거세게 항의합니다. 결국 부모님의 언성이 높아지고 온 가족의 기분이 엉망이 됩니다. 약속시간도 결국 늦어버리고 오랜만의 외출까지 망치기 일쑤지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중간에 중단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화가 나는 일입니다. 우리도 손꼽아 기다렸던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고 있는데 남편에 갑자기 티비를 꺼버리면 화가 나잖아요? (목숨이 하나이고 가정의 평화를 생각하는 지혜로운 남편이라면 이런 행동은 아마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게임의 폭력성 실험 유튜브 영상 댓글

아이들의 게임도 마찬가지랍니다. 누구나 재미있는 것을 중간에 멈추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어떤 것에 몰입하면 주변을 잘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가 이번판만 하고 끄라는 말에 "알았어~" 하고 대답할 때는 분명 진심으로 대답했을 거예요.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음 판을 시작하게 되지요. 엄마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그저 깜빡했거나 상황의 중요성을 몰랐을 뿐입니다. 꼭 게임이 아니어도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납니다.


저도 비슷한 일로 아이를 다그친 적이 있었어요. "엄마가 몇 번 말했니!" 하면서 머리 꼭대기까지 찬 화를 아이에게 쏟아냈습니다. 그때 제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정말 약속을 지키려고 했어. 일부러 말을 안 들은 게 아니야!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된 거라고! 너무해!!" 아이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자신의 의도는 알아주지 않고 실수에 따른 결과만을 나무라는 엄마에게 서운했던 거예요.


우리는 결과만 보고 판단하고 나무랍니다. 하지만 아이의 의도는 결과와 다를 수 있습니다. 맛있게 만들고 싶었지만 망친 요리처럼,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늦어버린 생일 축하 메시지처럼 결과 그 너머에는 늘 선한 의도가 있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 우리의 원래 의도를 알아주면 너무 고맙잖아요. 아이들의 모든 실수 뒤에는 늘 잘해서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 이럴 때 우린 어떻게 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바로 "이번판만 하고 꺼."라는 말 대신에 아이가 하는 게임의 마지막판을 지켜봐 주면 됩니다. "20분 뒤면 출발해야 해서 이번판을 마지막으로 해야 해. 재미있어? 와~ 정말 재미있어 보인다~"


아이 옆에서 마지막판을 함께 즐겨주세요. 아이의 플레이를 보며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느껴보세요. 승패가 있는 게임에서 아이가 마지막 판을 지게 되었다면 좀 서운해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음에 함께 해주세요. 이긴다면 신나게 하이파이브하며 깔끔하게 일어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마지막을 함께 하면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다음 판을 시작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늘 함께 해줄 수 없을 때는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타이머도 도움이 됩니다. 엄마가 자꾸 아이에게 시간을 말해줘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지요. 아이도 화난 엄마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좋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끝낼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면 아이이 자기 조절 능력 없어질까 봐 걱정되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자기 조절 능력은 다그치고 혼낸다고 길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꾸 자기 조절에 실패한다면 아직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실패 경험만 반복된다면 아이는 스스로를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낄 겁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그런 부정적 신념이 그 아이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믿는 대로 완성되니까요. 


부모와 도와주었다 해도 약속을 지켰다면 칭찬해줄 만한 일이니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아이의 수준에 맞게 성공경험을 주며 아이 스스로를 자기 관리를 잘하는 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비춰주세요.


자기 조절 능력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저는 아직도 종종 맛있는 음식을 멈추는 것이 어렵고 재미난 드라마를 나눠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재미난 드라마를 발견하면 머리로는 '나눠봐도 괜찮아. 이 드라마는 어디로 도망가지 않아!'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이틀 만에 다 몰아보고는 녹초가 돼버리지요. 그렇게 밤을 새우고, 과식을 하고 나서 힘든 것을 몸으로 직접 경험해가며 저 또한 저 자신을 조절하는 법을 아직도 배우고 있습니다.


누구가 제가 먹고 있는 음식을 빼앗고 호통을 친다고 자기 조절 능력이 생길까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숨어서 더 먹게 되겠지요. 또는 스스로를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것을 포기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의 주도성을 빼앗은 그 사람에게 미움이 쌓이겠지요. 교육하려다가 소중한 아이와의 관계에 금이 간다면 작은 것을 얻기 위해 너무 큰 것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금씩 잘해나갈 때마다 저 스스로에게도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게임뿐만 아니라 유튜브 시청 등 자기 조절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답니다. 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 때는 함께 하며 도와주고, 아이가 스스로 해내야 할 때는 그 결과까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다 보면 아이들의 자기 조절 능력도 제 속도로 자라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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