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은 Mar 29. 2023

우리는 지금 그렇게 비교불가하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힐링육아 프로젝트

누군가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데 솔직히 저는 그렇지 못했답니다. 제가 낳은 아이는 커갈수록 느리고 부족하고 이상해보였지요.  언제 뒤집나? 뒤집으면 언제 앉나? 앉으면 언제 걷나! 또래보다 발달이 빠른편 이었는데도 저는 늘 조바심이 났답니다.


아이가 "잉~" 하고 울어재끼면 왜 말을 못하고 울어대나 답답해 했어요. 그 작은 입에서 '엄마' 라고 말했을 때의 환희는 잠깐이고 금새 '할머니', '할아버지' 를 가르치려고 했지요.


칭찬을 많이 해주라기에 어거지로 칭찬을 해주긴 했지만 꾸중을 많이 해야 잘 자란다고 권위있는 사람이 말해줬다면 아마 꾸중을 했을거예요. 제 칭찬은 기쁨과 감탄의 칭찬이라기 보다는 잘 키우기 위한 얄팍한 상술에 불과할 때가 더 많았답니다.


아이다움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것을 너무 보지 못했어요. 뒤뚱뒤뚱 걷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뭐가 문제길래 내 자식은 남들처럼 똑바로 걷지 못할까?' 하며 걱정을 했어요. 그렇게 저는 예쁜 구석이 아닌 모자란 구석만 귀신같이 찾아내곤 했습니다.


뒤뚱거리며 넘어지는 아름다움

제 멋대로 하겠다는 아름다움

이것 저것 변덕을 부리고 궁금해하는 아름다움

맘껏 울고 화내는 아름다움


우리 모두가 어렸을 때 가지고 있었을 그 아름다움을 당신은 보고있나요?


저는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못난 구석만 찾는 신묘한 재주가 있었어요. 곱슬거리는 머리카락부터 짜리몽땅한 발가락까지, 저는 말.그.대.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제가 맘에 들지 않았지요.


한술 더떠 겉모습 뿐만 아니라 깊은 속까지 저 자신을 미워했었네요. 어느정도냐면 저는 제가 쓴 글과 그림도 싫어 했답니다. 저의 존재가 묻은 모든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것 같아요. 종종 저 같지 않은 것이 있으면 그것이 좋았어요.


내가 그린것 같지 않은 그림

나같이 나오지 않은 사진


이런 제가 아이를 못나게 보는 것은 당연했어요. 아이는 또 다른 저를 보는것 같았으니까요.


저는 왜 이렇게 한없이 자신을 모자르게 봤을까요? 그건 바로 어린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받아온 시선을 내것으로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엄마는 늘 저를 못마땅하게 봤거든요.


"으이그, 정신 넋나간년!"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둔거야!'

"왜 이것밖에 못하니!"


저는 그 말들이 참 아팠어요. 그런데도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답니다. '나는 모자란 사람이야...'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제 아이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달랐어요. 아이는 저의 모든 것을 좋아했어요. 단 한번도 저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았답니다. 그저 저의 손길이 닿은 모든것을 소중하게 여겼줬지요. 제가 대충 그려준 그림도 엄마가 그려줬으니 버리지 않겠다며 어딘가에 깊이 넣어두곤 했어요. 제가 차려준 밥이니까 제일 맛있다고 해주었구요.


아이가 트와이스라는 아이돌의 존재를 처음 알게되어 눈이 반짝이던 날, 아이는 저에게 이렇게 말해줬어요.


"엄마가 트와이스보다 더 예뻐."


엄마는 내가 아는 가장 예쁜 사람보다 더 예쁘다는 말이었지요. 아마 제가 머리카락이 다 빠져도, 눈알 하나 콧구멍 하나가 없었어도 똑같이 말해줬을거에요. 아이는 비교도 조건도 없이 저를 존재로 사랑해줬답니다. 이런 사랑을 저는 아이에게 처음 받아봤어요. 저는 똑같은 사람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못난이'이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도 했어요.


아이가 주는 이런 조건없는 사랑을 배워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아이에게도 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내 아이의 가슴에는 비교가 아니라 존재로 받은 사랑이 남아 자기 자식에게도 그런 사랑을 물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말 잘 들어서 예쁘다고 하는 그런 말이 아니라

네가 어떻든 너니까 예쁘다는 그런 사랑.


아이가 주는 사랑을 쉽게 보고 흘려버리지 말아요. 그렇게 너무 많이 흘려버리면 지금의 저처럼 더이상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게 되니까요.


한톨 한톨 귀하게 받아 감사히 가슴에 새겨봐요. 너무 많이 들어 가슴에 아로새겨진 비난과 평가의 말을 그 사랑으로 녹여봐요. 우리는 우리를 보는 시각을 선택할 수 있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고 늘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이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내 사진과 내가 준 편지가 누군가의 가방 구석에 소중하게 넣어질 그런 사람이랍니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비교불가하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아프게 남은 평가의 말을 지워보자.
뚱뚱해 -> 엄마 살 빼지마. 난 엄마의 어떤 모습도 다 좋아.
바보야 -> 난 엄마가 이렇게 실수하는 모습도 좋아.







글 : 이지은 @written_by_leejieun

그림 : 정정민 @jungmin_d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