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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Mar 27. 2023

텅빈 가슴임에도 사랑 노래를

힐링육아 프로젝트

새까맣게 어둡던 날, 유난히 추워 별빛까지 시리던 날이었어요.  저는 늘 그렇듯 힘겨운 하루의 끝에 어린 내 딸을 업고 집으로 터벅 터벅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 때 저는 제 가슴에 사랑이 너무도 없다는 점이 참 힘들었어요. 이 날씨처럼 내 마음이 차가워서, 아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해 매일 눈물을 흘리던 시절이었답니다. 저는 간절히 아이를 사랑하고 싶었어요.


그때 문득 노래가 떠올랐어요. 몇일 전 강연 말미에 누군가 앞에서 부르자 다 같이 따라 부르던 찬송가였지요. 종교가 없는 저는 모르는 노래여서 덩그러니 있을수 밖에 없었지만 노래가 참 좋아 집에 돌아와 다시 찾아봤던 노래였지요.


얼음같은 엄마 등에라도 기대야하는 내 아이가 얼마나 불쌍했던지요. 기댄 등이 너무 시려워 내 아이의 마음까지 얼어붙을 까봐, 너만이라도 따뜻한 가슴으로 살으라고 찬송가를 개사해 노래를 불러줬어요.

저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랑 노래였어요.


"사랑합니다. 우리 유진이.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사랑합니다. 우리 유진이.

사랑합니다. 그것 뿐이에요.


사랑한다 유진아. 내가 너를 잘 아노라.

사랑한다. 유진아. 네게 축복 더 하노라."


그렇게 새카만 밤길을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며 걸어왔답니다. 할 수 있는게 그것 뿐이었어요.

아이는 자신만을 위한 이 노래를 참 좋아했어요. 그 날 이후 종종 자기 전에 그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지요. 엄마의 분노를 받아내느라 여린 가슴이 너덜너덜해진 날에도 불연듯 가슴팍을 파고들며 이 노래를 불러달라곤 했답니다. 그럼 그때마다 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사랑이 넘쳐 흘러 불러준 것이 아니라 부를 때마다 받지 못한 사랑에 텅빈 가슴을 절절히 느끼며 불러줬어요. 입에서는 사랑 노래를 하는데 눈에서는 아픔의 눈물이 흘렀지요. 그럼에도 아이는 그 눈물 속에 모래알만한 사랑 조각도 알뜰하게 챙겨갔어요.


당신의 엄마는 당신에게 사랑의 노래를 불러준 적이 있나요?


만약 없다면, 그래서 너무 아프다면,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기로 해요. 당신만의 노래를 만들어 노래해봐요. 비통함이 올라오겠지만 전장의 장수처럼 장렬하게 느끼면서 우리 아이에게는 사랑을 노래하는거예요. 그 노래는 아이만 듣는게 아니라 당신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도 듣는답니다.


사랑이 넘쳐서 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처럼 짜내다보니 눈물 흘리며 땅을 치며 생겨나는 사랑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엄마가 불러준 노래를 들려주겠지요. '할머니는 힘들때나 위로가 필요할때 엄마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었단다.' 하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그 아이는 또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줄거예요. 당신의 노래는 많은 자손들에게 사랑으로 전해질거예요.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말아요. 아이는 오늘도 당신의 노래를 기다린답니다.


사랑 노래를 만들어 부르자
그 노래를 상처받은 나의 아이와 나의 내면아이에게 들려주자







글 : 이지은 @written_by_leejieun

그림 : 정정민 @jungmin_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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