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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Mar 10. 2023

당신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힐링육아 프로젝트

아이가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햇살같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는 내가 너무 좋아! 어릴 때는 이걸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 나를 좋아한다는게 뭔지 알겠어! 나는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좋고 영어를 잘 못하는 것도 맘에 들어. 이 모습이 나라서 그냥 좋아. 가끔은 내가 하는 짓이 내가 봐도 너무 웃겨서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가 않아. 난 정말 행복해!"


아이가 두손을 쭉 펼쳐 들고 빙글 빙글 돌며 춤을 춘다. 이 아이의 마음 속에는 축제같이 온통 꽃잎이 날리고 있겠구나. 존재로 충만한 사람의 얼굴은 이렇구나.


내가 이런 아이를 길러냈다니.

된다 된다 하더니 정말 됐다.

신기하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버리지도 못하고 품지도 못해 아이와 같이 울던 나였다. 내가 죽으면 홀로 남겨질 아이가 눈에 밟혀 죽지도 못하고 살았던 나였다.


이런 내가 어떻게 이렇게 아이를 길러낼 수 있었을까?


애초에 나의 꿈은 아주 소박했다.

'내가 아이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공부잘하는 아이? 허허허

자랑거리가 되어 나를 빛내줄 아이 같은건 꿈도 못꿨다. 그런건 살만한 엄마들의 배부른 소리로 들렸다. 나는 그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지옥같지 않았으면... 아이를 바라볼 때 일그러지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억지 웃음을 짓지 않아도 되었으면... 내 아이가 짐스러워 아이를 낳은것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했다. 가장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나는 아이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사랑할 수가 없었다. 어떤날은 내 불행이 모두 이 조그만 아이 때문에 시작된것 같았다. 누구는 자기 새끼가 금쪽같다던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이 아이는 무슨 죄가 있어 하나밖에 없는 어미에게 예쁨도 받지 못하나 싶어 내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하지만 의지를 내면 낼수록 고통은 깊어졌다.


아이와 함께할 때 행복할 수 있다면, 아이를 바라볼 때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표정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이가 자신을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존재가 아닌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다. 오은영 박사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를 첫편부터 정주행하기도 했다. 유명하다는 육아서를 읽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머리에 정보가 많아진다고 내 현실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어떤날은 그 정보들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이 더 몰려오기도 했다.


'내 아이도 저렇게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어쩌지?'

'육아서에 나온대로 하지 못했는데 아이를 다 망쳤으면 어쩌지?'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아이는 우는 것으로 표현한다는 책속의 말이 고막을 찌르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만 하게 바꿔주지는 않았다. 아이에게 많이 웃어주라는 조언이 내 얼굴의 경련을 멈춰주지는 않았다. 머리에서 아무리 새뇌를 하려고 해도 행동으로 아무리 실천을 하려고 해도 마음에서는 끊임없이 불안과 분노가 올라왔다. 머리와 가슴은 그렇게도 멀었다.


나의 이 고통스러운 육아의 터닝포인트는 양육의 고통이 나의 유년시절 상처받은 내면아이에 있음을 알고부터 였다. 그재야 조각난 퍼즐이 맞춰지듯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차츰 이해가 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은 무의식에 묻어놨던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의 유년시절을 다시 경험하는 시간이다. 아이의 울음은 나의 울지 못한 아픔을, 아이의 분노는 나의 풀지 못한 분노를 떠올리게 했다. 밥 차려주는 것만은 할만해서 생각해보니 나의 엄마가 밥 차려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했음을 깨달았다. 받은 것과 받지 못한것은 이리도 선명하게 나의 육아에 드러났다.


나는 내가 받은 상처를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유년시절의 상처를 하나 하나 몸으로 겪으며 통과해 치유해야 했다. 한걸음에 분노가. 한걸음에 슬픔이, 한걸음에 두려움을 겪으며 나아온 자리가 지금 여기다.


그 시간이 결코 쉽지도, 짧지도 않았다. 내 아이가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면 피해 갔을 나의 아픈 어둠이다. 하지만 그 어둠을 빛으로 꺼내놓는 모든 순간이 귀한 배움이었고 온전했다. 이제보니 나는 단 한걸음도 허투루 걷지 않았음을 알겠다.


여전히 나는 성장중에 있지만 이제 나는 더이상 아이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이 아이는 잘못될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대학에 못 갈수는 있다. 하지만 꿈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실연에 아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는 일이 잘 안풀릴수는 있다. 하지만 충전의 시간 후에는 반드시 다음 걸음을 뗄 것이다.


왜냐면 그 기난긴 성장의 시간을 통해 이제 나또한 이 아이처럼 온전하고 힘있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상처를 마주하며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모든 시간은 내가 그만큼 온전하고 사랑스러움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 깨달음의 끝에서 이 아이가 나와 같이 온전한 존재임을 알았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반짝이게 창조된 신의 귀한 작품임을 이제는 안다.


예전의 나처럼 아이를 사랑하는 기쁨을 모르는 엄마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 유년시절에 충만한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는 엄마들일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엄마의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그래서 주는것이 어색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조건없이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 받는 충만한 감각을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지구별 여행을 마무리 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럴뻔 했으니까.


그런 분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이 기쁨을 꼭 알고 갔으면 좋겠다.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그거니까. 우린 사랑하려고 이 세상에 왔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말자.


웃으면 예쁘고 울면 밉고, 공부 잘하면 좋고 공부 못하면 싫은 그런 조건걸린 사랑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우리는 이 곳에 왔다. 아이를 조건없이 사랑하지 못하던 때의 나는 나 자신조차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다. 늘씬할 때는 맘에 들었다가 살이 좀 찌면 맘에 안들었다가 돈을 잘 벌면 자신감이 붙었다가 사업이 잘 안되면 자신감이 떨어졌다가 하면서 말이다.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 하는 사람이 아이도 사랑할 수 있다.


그런 순수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상대가 당신 앞에 있는 바로 그 아이다. 그 아이는 당신을 조건없이 사랑하지 않는가? 이보다 더 반짝반짝 선명하게 당신을 비춰줄 거울이 어디 있을까.


이제 내가 어떻게 그 지옥에서 아이와 함께 춤추는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 차근 차근 풀어내려고 한다. 이 책 하나로 당신을 천국에 데려다 놓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그런 세상이 어딘가에 있으며 당신도 갈 수 있다는 것을 힐끔이라도 알게 되길 바란다.


내 글이 당신이 사랑으로 가는 첫 걸음에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 이지은

https://www.instagram.com/written_by_leejieun/


그림 : 정정민

https://www.instagram.com/jungmin_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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