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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Jul 12. 2022

게임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

아이가 게임을 시작했다.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한 시간, 두 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고 있다. 이런 햇볕 좋은 날에 차라리 나가서 축구를 하던지 책이나 한 권 더 보면 좋을 텐데 아이는 그저 게임! 게임! 게임만 하려고 한다. 지켜보는 엄마 마음이 슬슬 불안해진다. 눈치를 줘보지만 아이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부글부글...

급기야 엄마는 화를 내기 시작한다.


"하게 해 줬으면 적당히 끌 줄도 알아야지!"

"보자 보자 하니까 아주!!"

"네가 엄마를 화나게 만들잖아!!"

"어휴 이걸 갖다 버려야지!"


결국 엄마와 아이에는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냉랭한 분위기만 남는다.

아이는 심통이 나서 방 문을 닫고 들어갔고 엄마 마음도 편치 않다.

내가 나쁜 엄마일까?

아니면 아이가 나쁜 아이일까?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애초에 게임 같은 것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길래 이렇게 부모님들을 힘들게 할까?


아래는 사진은 최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줄여서 배그)다.

이 게임 때문에 난리 난 집 꽤 많을 것이다.

가정 파탄 게임 배그를 만든 회사는 [펍지]라는 회사다.

배그는 슈팅게임으로 기본적으로 누가 누가 정확하게 무언가를 잘 맞추냐를 겨루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난리다. 우리 남편도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서는 밥만 후다닥 먹고는 배그에 접속한다.


도대체 서로 쏴 죽이는 이런 게임이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당췌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당신도 슈팅게임을 해보았다는 것을 아는가?

그리고 분명 엄청 재미나게 즐겼을 것이다.

깔깔깔 웃으며

대굴대굴 구르며

그 스릴을 온몸으로 느낀 적이 분명히 있다.


당신이 했던 슈팅게임이 뭐냐고?

.

.

.

.

.

.


바로 눈싸움이다.


적에게 들킬까 차 뒤에 숨어서 두근두근 했던 기억

뛰면서도 정확하게 적에게 맞추기 위해 무빙샷을 연습하던 기억

눈덩이 속에 돌을 넣는 반칙을 쓰는 녀석이 있는 것까지!

(배그도 불법 프로그램을 쓰는 불량 유저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배그' 와 '눈싸움'

뭐하나 다를 것 없이 어찌 이리 똑 닮았는지~!


전략을 겨루는 게임들은 어떨까?

십 년 전에 큰 흥행을 한 스타크래프트 예를 들어보자.

각자가 가지고 있는 병사들을 이용해 상대방 진영을 박살 내는 것,

무엇과 비슷할까?

바로 체스, 장기와 닮아있다.


부모는 아이가 체스를 두고 있으면 '똑똑해지겠군~'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으면 '멍청해지겠군~' 한다.

비슷한 기본 원리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가상세계에서 모여 전사, 마법사, 궁수 등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협동하여 탐험하는 mmorpg 또한 trpg라는 보드게임에서 비롯되었다. 주사위 굴려서 공격력을 정하고 엘프의 모습은 상상에 맡기던 시기이다.


아주 옛날부터 인간은 게임을 하며 놀았다.

우리 조상들은 윷놀이를 하고 자치기, 팽이치기 같은 것을 하고 놀았고

이집트에서는 저승의 문을 통과할 때 이겨야 하는 게임 세네트를 하며 놀았다고 한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많은 게임들은 대부분 이미 우리가 즐기던 놀이, 즐거움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그저 그것을 할 수 있는 매체만 변한 것이다.


집, 학교 운동장, 보드판에서

컴퓨터와 닌텐도, 핸드폰으로 말이다.


예전에는 보드게임 한판 하려고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시간 맞추고 어딘가로 모여야만 했다. 같이 놀던 친구가 이사라도 갈라치면 더 이상 함께 놀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언제 어디서든지 새로운 사람과 어울려 본인이 즐기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게임 세상에는 미국 사람 멕시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편리하게, 더 많은 사람이, 언제든지 모여서 놀 수 있도록 놀이문화가 자연스럽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급격한 변화에 사람들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 변화가 나에게 좋을지 나쁠지 알수가 없으니 처음에는 당연히 경계하게 마련이다. 최근 정보 통신 발달이 얼마나 비약적이었는지 살펴보면 사람들의 걱정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내 엄마도, 내 엄마의 엄마도 흙 파고 돌멩이 던지며 놀았는데 내 자식은 손보다 키보드가 빠르고 컴퓨터로 그림 그리는 세대가 되었으니 기가차고 코가 막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그 변화의 경계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충분히 두려울만하다. 하지만 두렵다고 무조건 못하게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나의 두려움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수용의 마음 자세가 있을 때 아이와 게임에 대해 지혜롭게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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