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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Aug 29. 2022

아이와 함께 - 1.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는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흥행을 하기도 했고 상도 많이 받았다. 블록을 가지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열린 개념의 게임이다. 주로 7세쯤부터 좋아해서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즐긴다. 레고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한때 심의 등급이 논란이 되긴 했지만 현재는 전체이용가 게임이며 내가 보기에도 어린이들에게 잘 맞는 게임이다.


처음 게임을 깔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마인크래프트에 접속했을 때가 기억난다.


'자 이제 뭘 하면 되지?'


보통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런데 이 게임을 나에게 뭘 하라고 정해주 지를 않는다. 그냥 엄청나게 넓은 세상에 뿅~ 하고 태어난다. 이제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면 된다. 건축을 해도 좋고 복잡한 작동 기계를 만들어도 좋고 탐험을 떠나도 좋고 사냥을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부자가 되어볼까 싶어서 열심히 나무와 광물을 캐는데 옆에서 딸아이가 크리에이티브 모드(창조 모드)로 아무 아이템이나 자유롭게 꺼내 쓰는 것을 보고 얼마나 힘이 빠지던지. 목표가 주어지지 않으니 처음에는 좀 재미가 없게 느껴졌다.


당신의 상상력만이 이곳의 한계입니다.


마인크래프트 공식 트레일러에 나오는 말이다. 주어진 목표대로 살던 습관이 깊이 베인 엄마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아이는 열린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며 재미있어했다. 아이에게 마인크래프트 세상은 자신이 신이 될 수 있는 천국이었다.



노는 법


1. 스킨 꾸미기

마크는 픽셀을 색칠해서 각자의 스킨을 맘껏 꾸밀 수 있다. 기본적인 네모 캐릭터의 모양은 동일하지만 그리는 것에 따라 산타클로스도 되고 좀비도 된다. 픽셀이 작아 섬세한 표현은 어렵지만 단순한 표현이 주는 나름의 재미와 멋이 있다. 아이들이 꾸미기에는 이런 단순한 디자인이 더 쉬울 수도 있다.


우리는 접속하기 전에 30분간 각자의 스킨을 꾸미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서로의 스킨은 미리 보지 않는 것이 우리의 규칙이다. 게임에 접속해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다. 시간제한을 두는 이유는 한정 없이 늘어지는 제작 시간을 조율하고 긴장감을 주기 위함이다. 재미도 배가 된다.


"엄마 얼른 접속해~"

"오분만!! 아직 신발을 못 그렸어!!"



이 날의 드레스 코드는 <과일>!


나는 바나나 인간으로 스킨을 꾸몄고 아이는 블루베리 콘셉트로 꾸몄다. 깜찍하게 잘 꾸민 아이를 보고 바나나 인간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만든 스킨을 보고 훈수를 두는 것은 절대 금지!! 무조건 예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자. 점점 더 자신감이 생겨 더 멋진 스킨을 만들어 보여줄 것이다. 나중에는 아이가 엄마의 스킨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스킨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검색창에 [마크 스킨 다운로드]라고 검색해보자. 위에 이미지 중에 직접 그린 것도 있지만 다운로드한 것도 있다. 다운로드한 것이 엄마 눈에는 더 이쁜데 아이는 제작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남의 만들어준 보다 자기 손으로 만든 것의 가치를 아는 것이다.


이가 어려 스킨 제작이 서툴다면 엄마가 너무 스킨을 잘 만들어 주눅 들게 하지 말자. 뭔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자신감이 반이다.


2. 건축, 구조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을 따라 만들면서 놀았던 장면이다. 각각 무엇일까? 맞춰보라.


왼쪽은 아이가 만든 자유의 여신상, 오른쪽은 (부끄럽지만) 내가 만든 스핑크스다.


어떤 날은 애견카페를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내가 살고 싶은 꿈의 집을 만들 수도 있다. 레일과 수레를 이용해 거대한 롤러코스터를 만들기도 한다. 건축은 정말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창조하는 재미가 있다. 함께 만들기도 가능하고 각자 만들어서 초대하여 집들이를 하기도 한다. 건축도 테마를 가지고 놀면 더 재미있다. 물속의 집을 테마로 하면 어떨까? 귀신의 집은 어떨까? 벌써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는가?


움직이는 블록들을 이용해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남자아이들은 오히려 이쪽으로 몰입할 수 있다. 예쁜 건축물보다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라던지 덫이 가득한 감옥 같은 것을 만들고는 엄마에게 한번 빠져나와 보라고 한다. 엄마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깔깔 웃는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썼을까!


유진이가 돼지를 넣으면 자동으로 스팸이 만들어져 나오는 거대한 기계를 마크에서 만든 적이 있다. 나는 그 복잡한 구조를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아이의 창의력과 사고력에 감탄했다. 엄마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보고 아이는 얼마나 뿌듯했을까?


3. 역할놀이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바로 인형으로 하는 역할놀이다. 게임에서도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데 인형이 캐릭터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킨으로 각자 역할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접속한다. 그리고 함께 협동하여 역할극 무대를 건축한다. 마지막으로 이제 역할놀이를 시작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2시간은 후딱 간다. 아이와 놀아줄 때면 시간이 너무 안 간다는 엄마들에게 최고의 3단 놀이 세트다.


이야기는 또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좀비 세상에 남은 학생들이 안전한 세상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산타마을에서 선물을 만드는 요정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 읽은 책을 가지고 독후활동을 해도 좋다. 흥부와 놀부를 읽었다면 한 명은 흥부, 한 명은 놀부 역할을 맡는 거다. 흥부 역할을 맡은 사람은 허름한 흙집을 만들고 놀부 역할을 맡은 사람은 대궐을 만든다. 전래동화 이야기대로 역할극을 해도 좋고 각색해서 놀아도 좋을 것이다.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 주목하자. 그 이야기에는 아이의 요즘 고민과 속마음 관심사가 녹아있을 것이다.


4. 명령어

아이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이 푹 빠져 어느 경지에 오르면 이제 명령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명령어는 글씨를 입력해서 게임을 조작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걸어가지 않아도 글씨 한 줄이면 순간 이동이 되고 날씨도 바꾸고 시간도 바꾼다. 이런 조작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가능하다. 엄마는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그럴 때는 멋있다고 감탄만 하면 된다.


명령어 사용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프로그래밍에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명령어를 잘 다룬다는 것은 사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한다. 사고하는 능력은 사용할수록 개발되니 그쪽으로 재능을 키워주면 좋을 것이다.



5. 주의할 점, 참고사항


마크는 유료 게임이다. 편하게 플레이하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다. 즉 온 가족이 함께 마크를 하려면 컴퓨터와 게임 타이틀(3만 원)이 가족 구성원 개수만큼 준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양은 그리 높지 않다.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할만하다. 하지만 워낙 재미난 게임이고 확장성이 뛰어나 오래 즐기는 경우가 많으니 투자하는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다양한 건축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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