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해 Aug 28. 2023

치우는 마음


나는 매일 청소를 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면 시도 때도 없이 닦고, 치우고, 버리고, 치우고 손이 틀 정도로 또 박박 닦는다. 청소가 가끔 즐겁다고 생각한다. 시키지도 않는데 어렸을 때부터 내 방 이외의 공간을 알아서 정리 정돈하고 치우고 또 치웠다. 어릴 적, 주말에 이모네 놀러 가면 친척동생들이 어지른 장난감을 치우고 나서 용돈을 받기도 했고, 현재도 친구 및 지인들에게 청소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종종 부탁받기도 한다. 그렇게 청소를 마친 깨끗한 공간을 보면 괜스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 정리업체를 들어가 볼까도 생각했었다 ㅋㅋㅋㅋ


밥 먹는 건 걸러도 매일 열심히 청소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닦아도 먼지가 쌓이는 것처럼 청소 후 조금이라도 발에 거슬리는 이물질이나 머리카락이 있으면 만족스럽다가 금세 더러운 부분을 다시 치우는 나의 모습 속에서 강박을 발견했다. 단순히 결벽증이라고 치부하기엔 가볍다. 그 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당장에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을 치우는 것에 집착하며 청소를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강박이 너무 심해서 언니나 동생이 나름 치웠는데도 마음에 안 들어 결국 내가 다시 치운다. 이제 청소가 가끔은 싫다. 중요하지도 않을 일에 목을 매는 내가, 마음과 생각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청소에 집착하는 내가 답답하기도 하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조금 내려놓고 편하게 생각하자.’ 고 다짐해도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나아질 거 같다고 느끼는 강박이 때론 나를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치우는 마음을 나는 내려놓지 못할 거 같다.




미처 치우지 못한 마음에 대한 결핍을 채우는 행위일까 싶다가도 애써 억지로 마음을 정리하려 하지 말고 일단 눈에 보이는 것들을 청소하는 만족스러운, 평온한 상태에서 다른 무언가를 천천히 시도해 보자. 청소를 하는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나의 대한 힌트를 더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청소를 하며 뿌듯해지는 지점이 나를 밝은 곳으로, 맑은 곳으로 데려다 주는 중이길..!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