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심기 꽃밭 만들기
오늘은 우리 텃밭 농사의 첫 작품 감자를 심는 날입니다. 지난주에 이랑을 만든 다음 퇴비를 뿌리고 비닐을 덮어 놓았다고 했지요. 퇴비를 듬뿍 뿌려주어야 한다는데 잘 몰라 적게 주어서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비닐에 구멍을 내고 감자 조각을 심는 작업입니다. 아내가 시범을 보이며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자, 이렇게 감자 눈이 위를 향하게 심는 거예요.”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가 하는 모습을 따라 했습니다.
“아니, 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감자 눈이 흙 속에 잠기도록 흙을 덮어야지요. 이렇게요!”
“오케이~ 너무 깊이 심지 않으면 되는 거죠.”
내가 흙을 대충 덮자 아내는 감자 눈이 흙 속에 충분히 잠기도록 봉긋하게 흙을 덮어 주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흙을 포슬하게 덮어 주는 작업이 재미있습니다.
아내는 쪼그려 앉은 자세로 일하는데 나는 그런 자세로는 10분도 못 버팁니다. 쪼그려 자세는 조금만 있어도 허리가 아프기 때문이지요. 나는 아예 털썩 주저앉아 작업을 했습니다. 가끔 무릎 자세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내가 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더니 슬며시 미소 짓습니다.
“여보~ 힘들면 쉬엄쉬엄 천천히 하세요.”
엉덩이 방석에 앉아 흐트러짐 없이 일하는 아내가 존경스러웠습니다.
대나무를 이용해 한 뼘 남짓 일정한 간격으로 감자를 심었습니다. 대충 할 때 보다 간격이 고른 것 같아 뭔가 제대로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자는 흙이라는 캄캄한 자궁 속에서 생명을 키우겠지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직전에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었던 것처럼 생명이란 무릇 깊은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려야 하나 봅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감자는 비로소 환한 햇살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영동에서 농사짓는 농부 싸부가 솟대와 새집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마을 입구에 솟대를 세우는 것이지만, 나는 바람과 하늘을 바라보는 낭만 가객의 마음으로 솟대를 세웠습니다. 마당에 들어서는 돌계단 옆에 솟대를 세웠는데 그 작업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솟대는 안정되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자꾸만 흔들리는 것이 창공을 날고 싶은 새의 마음같았습니다. 완성 후 바라보니 제법 운치가 있는 게 감격스러웠습니다.
소나무에 새집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새집을 소나무 가지 위에 걸쳐 놓으면 흔들렸습니다. 못을 박아 고정하려고 하는 나의 단순 무식을 보고 아내는 질타했습니다.
“여봇! 아니, 소나무에 어찌 못질할 생각을 한 거죠?”
“그니까 못질하면 소나무가 아플 거야...”
나는 못질하려고 했던 무모함을 즉각 철회하고 못 없이 고정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색 철끈을 이용해 새집을 양쪽 가지에 고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쪽만 고정하면 중심을 잃고 새집이 기울어져서 양쪽으로 팽팽하게 균형을 잡았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간다는 잠언에 고개를 끄덕였죠. 새집을 설치하고 나서 데크에서 바라보니 한 폭의 그림처럼 멋지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저 자리에 본시 새집이 있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스치는 군요.
꽃밭 울타리도 만들었습니다. 영동에서 가져 온 대나무를 이용했습니다. 영동에서 울타리를 만들 때 사용한 대나무 여분입니다. 긴 대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야 합니다. 전기톱이 없어 톱질로 대나무를 자르는데 힘들지만 즐거웠습니다. 역시 톱질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을 따라 리듬으로 해야 합니다. 톱질을 하다 대나무가 툭 부러지는 느낌이 좋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일 할 때마다 허리가 아프지만 톱질은 재미있습니다. 톱질을 적당히 하고 망치로 내리쳐서 대나무를 자르는 노하우가 저절로 습득이 되었습니다. 슥쓱슥쓱 쾅! 대나무와 망치가 리듬을 탑니다. 대나무 길이가 뒤죽박죽입니다. 높이가 고른 대나무들보다는 뒤죽박죽이 꽃밭 울타리로는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세상은 키 큰 놈과 작은 놈이 어울려 살아가는 법입니다. 농사일을 하다 보니 세상 이치에 대하여 몸으로 알게 됩니다.
완성된 꽃밭 울타리를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다음 주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