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름 일기

어우, 지겨워.

20250626

by 권여름


어우, 지겹다 지겨워.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누가 처음 썼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잘 만들었다. 하루 종일 하는 공부를 내리 3일 정도 하다 보니 몹시 지겹다. 이틀 전과 비교하자면 꼿꼿하게 펴져 있던 허리도 점점 구부정해져 있고, 다리도 점점 떨고 있고, 공부하다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 올리던 눈썹도 점점 더 가만히 있고, 일기를 쓸 때도 무표정이다. 도서관 풀밭을 보며 먹던 밥도 감흥이 없다.


그렇지만 아직 해야 할 게 한참이다. 부끄럽게 시험에 떨어질 수는 없다. 나의 건강, 수두, 무기폐, 주름, 탄력, 2,500만원(부대비용까지 하면 3,000만원) 등등과 맞바꾼 2년 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엄마와 장난스럽게 말하는 전국 수석은 못하더라도 과락은 면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겹다. 지겨워도 너무 지겹다. 어우, 하기 싫다.

그렇지만 누가 나를 대신 구할 수는 없다. 내가 나를 구해야 한다.



일기를 마무리하고, 이어폰을 꽂고 공부할 때 트는 노래를 틀고, 책을 펼치고, 샤프를 움직여야지. 관세음보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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