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별 것 없고, 보잘것없는 사랑. 몇 장에 걸친 구구절절한 이별편지를 보면 감정이 되살아날까 싶어 상자를 뒤져 오랜만에 편지를 꺼내 들었는데, 처음으로 글들이 와닿지가 않았다. 단어단어들이 잡히지 않고 공중에 날아다니는 듯하다. 오늘따라 공허하다.
이럴 수가 있나? 사랑 빼면 시체인 나인데?
서로 친해지고, 마음을 전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기까지 우리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단어들이 오갔을 텐데, 그 단어가 이렇게나 하찮고 가벼운 것이었다니.
헤어지고 난 뒤 애잔하고, 한참을 길을 잃어버리고, 이제는 도저히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단지 허상이었다니.
매 순간 사랑을 쫓던 내가 이제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