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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도 Jan 07. 2024

만신의 굿춤을 보면서

늙은 무희의 애상을 보았다


가채 틀어 쪽을 지고 고운 비녀 꽂아 본들
진한 화장으로 세월의 흔적을 지워 본들
붉은 저고리에 노랑치마 두른들
눈물이 이슬이 될것인가
괜스레 잡아 앉힌 달은 비웃는다

신이 땅에 뿌린 꽃으로
예쁘게 피었으나 나비없는 꽃으로
운명을 훔쳐 말하는 신의 꽃으로
부채 위에서 춤을 춘다
달이 구름을 친다 하늘이 진다
힘에 겹게 깃털처럼 추던 삶을
비켜 지나가 서리 앉은 나비는 품어줄까

화려한 부채 깃털 위에
하늘이 얼고 구름이 뜨고 달이 오른다
삶이 얹어지고 세월이 얹어진다
들이쉰 숨에 생의 아픔을 마시고
돌아 내쉬는 숨에 삶의 기쁨을 부순다
뻗어 올리는 떨리는 손끝으로
차갑게 치고 지나가는 게,
세월이구나
붉은 눈물 뺨을 타고 흐른다

남의 운명을 훔쳐 푸는 꽃으로 피어
뭍 사람들의 찍히는 시선속에서
바랭이보다 못한 들풀로 지니
선한 달의 애잔함은 늙은 중의 마음같고
선뜻 선 이별은 아리고
스러져 바짝 솟은 버선코만이 푸른 달빛을 달랜다


#무희 #신의 꽃 #운명을 말하는 자 #포춘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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