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개엄마가 됐지? 2

애들이 있는데 뭔 걱정이야

by 희도

믿음에 크기가 있을까. 무게가 있을까.

얼마나 믿느냐 혹은 얼마큼 믿느냐 를 묻는 질문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얼마나 혹은 얼만큼이 질량인지 규모인지.

수학적으로 보면 크기가 더 큰 규모다. 크기를 다시 질량, 부피, 길이나 넓이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믿음은 그렇게 수학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아파트에 살면서 현관문 안전 강화를 힘썼다. 도어락도 좀 더 안전한 것으로 바꾸고 이중 잠금장치도 걸었다. 부족했을까. 안심이 안 됐을까. 무선 현관 cctv도 설치했다.

믿음의 크기다. 사람을 믿지 못해서 기계를 믿는.

그 크기는 질량일까 넓이일까. 무게가 있어 안심이 됐을까, 확장된 강화장치들에 안심이 됐을까. 두려움이 커서 두려움을 누르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질량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믿음에도 총량이 있겠지. 반백년을 넘게 살아온 지금 거의 다 소진되고 없을지도 모른다. 소진 된 자리를 불신이나 의심 대신 기계를 대신해 믿음의 양을 맞췄을까? 그렇다면 기계는 모든 믿음을 대신해 줄 수 있을까?

한 단락일 뿐이다. 낯선 이의 침입의 두려움보다 관계 속에서 믿음을 배신당하고 신뢰를 찢기는 생을 지나오면서 더 많은 두려움을 느꼈다.

저 사람의 말은 진짜일까? 행동은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혹 보여주기식은 아닐까? 또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다 피투성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불신이나 의심만 남았다 생각했지만 결국 도착역은 두려움이었다. 또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은 설지만 설지만도 않은 기시감.

결국 상처는 내가 짊어져야 하는 고통이었고 한번 새겨진 상처는 흉터를 남겼다. 연해질지라도 없어지지는 않는. 벌어져 다시 핏물이 흐를지라도 절대 아물지 않는. 드러낼

수 없는 그림자였다. 햇빛을 등지고 그늘에 숨어 작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짙어지는 먹빛 창자 속으로 희미한 알들이 반딧불처럼 반짝일 때 잠시 척추사이 연골이 말랑해지지만, 어슬렁 거리는 저녁 거리를 춤추는 스커트의 찰랑거림에 다시 숨어버리는 그림자.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

많은 수식어로 달빛 밝은 밤에도 플래시를 켜야 안심이 되는 저렴한 믿음의 소유를 한 빈곤하게 늘어진 그림자.






나는 과감하게 주택을 선택했다.

이유는 없었다. 주택을 가야지 하는 계획도 없었다. 그저 이런 집이 있는데 볼 거냐는 말에 봅시다 했고 끌렸고 이사했다. 보기 드문 흙마당이 마음에 왔고 마당에 내리 꽂히는 햇살이 따스했고 병풍 같은 산이 좋았다. 내가 주인인 것처럼 달려들어 핥고 배를 보이는 삐삐는 어쩌다 보니 내가 엄마가 됐고, 그리 되려고 했는지 아니면 살아라고 수식어 좀 떼 보라고 한 건지 뜬금없이 진도 후손견 두 마리도 와서 또 엄마가 됐다. 길냥이 세 마리는 원래 있었단다. 그렇게 또 엄마가 됐다. 신기하게도 나는 별 거부감 없이 엄마가~ 엄마가~ 하고 있었다. 우리 엔젤이는 그렇게 정을 안 줬으면서. 나도 참.


기계들을 믿고 마음을 놓았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지금 이곳은 아무것도 없다.

넓이가, 무게가 얼마나 여야 어쩌고 저쩌고 다 떠나서 대문도 없고 현관문도 열어놓고 중문도 열어놓고 잔다. 강쥐들이 드나들 길을 열어두어야 하니 다른 선택이 없었다. 강화장치 하나 없이 cctv 한대 없이 잘잔다. 저 조그만 강쥐들이 주는 믿음의 크기는 기계들이 주었던 확장된 믿음의 넓이보다 훨씬 컸다. 시든 문장으로 대신할 수 없는 생명력이다. 돌이켜보면 남편의 부재중에도 아이가 있음으로 나는 든든했다. 돌아와 괜찮았냐고 묻는 남편에게 애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했었다.

지금 나는 똑같이 대답한다. 애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밤에도 잘 자~ 걱정하지 마^^


삐삐. 4살 정도?

그렇게 눈치를 보더니 이제는 들어와 자연스럽게 앉아 바라본다.

실내에서는 기르지 않으셨었나보다. 지금은 셋 모두 실내외를 공유하면서 같이 산다.

너나 나나 어차피 궁글러 다니다 가는 인생

"그들은 그들만의 자리가 있고 사람은 사람의 자리가 있고. 정을 두는 것은 좋으나 인정을 베풀어선 안되고,

존중하는 것은 맞으나 인격을 두어선 안된다"

시던 내 할아버지 말씀이 불과 40년도 안돼 이렇게 내 선에서 무너지고 있다. 인생 참....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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