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슨 아니지

뭣이 중헌디

by 희도

진실로 잘못했다. 짙은 후회 속에 딸을 보는데


“목아~~ 아우 예쁜 우리 목이.” 한다.


“목이는 뭐야?”


“나무 목자를 써서 목이라고 부르고 암컷은 나무 목자 두 개 붙여서 림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어때?”


쟈가 시방 진심일까 농담일까? 어이가 없어 눈을 들여다보니 진심이다.

나는 진심으로 태교를 후회한다.


“아니 나무 목을 부수로 갖는 한자를 쓰면 될 것을 뭔. 원시인이냐?”


“나 그런 거 몰라. 한자는 어려워서 공부 안 했다고. 글고 난 이과였다고.”


“자랑이다. 공부 안 한 게 무슨 자랑이라고 떳떳하게 나 원 참. 중학교에서 배우는 거 아녀? 부수는?”


“으헝헝. 아빠도 나보고 무식하다 그래. 내가 뭐 물어볼라 그럼 묻지 말래. 지식인한테 물어보래. 그래 놓고도 끝까지 물어보믄 대답해 줘.”


“...”


“음. 송백 어때요. 소나무 송에 잣 백. 그리고 암컷은 그냥 매화. 이러면 전부 나무 목자가 들어가니까.”


“이쁘다. 읗흐흐하. 완전 좋아. 매화는 꽃 화자 써?”


묻는 말마다 폭탄이다. 차라리 아무말 말지. 완전 좋아에서 끝내지.


“딸! 내가 어쩌다 너 같은 딸을 낳았을까~아?매화나무 매 한 자라고.

그냥 한자(漢字)로 매화나무 매. 그래서 매.란.국.죽 하잖아. 줄임말 아니고.

각자 한자(漢字)로 한 글자가 그대로 매화나무 매, 난초 란, 국화 국, 대나무 죽. 아이고. 엄마도 그 정도는 안다. 엄마 보러 영어 못한다고 바보 멍충이라더니 지는~~.”


“어쩌라고.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기는. 엄마 말이 맞지. 그래도 공부하면 돼.”


당근 아빠 미소가 따라간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둘이 강아지를 쓰다듬고 이뻐 죽는다.

저 둘은 절대적으로 이 씨가 맞다. 씨도둑은 못 한다는 어른들 말이 진리임. 정말로 똑같음. 생긴 것도. 생각하는 것도. 하는 짓도. 낳기는 박 씨가 낳았는데 왜 이 씨만 닮냐고~ 그럼 신랑은 당신 닮아 영리하고 재주 많잖아요. 당신 닮은 것도 많아요~~ 재수... 없다.

사주를 말하는 딸도 웃기고 거기에 장단 맞춰 이름 짓는 아빠도 웃기다. 어데 강아지한테 거한 이름을 짓는단 말인가. 이름따라 간다는 말도 있는데. 어째... 영 ...

내 몽이도 이름따라 꿈이 돼버렸지 않은가. 유리가 유리를 긁어 내는 통증이 복부를 찢는다. 숨이 막혀 잠시 숨을 감는다. 심장까지 올라온 고통이 가라앉고서야 숨을 토한다. 심장은 다시 제자리 구르기를 시작한다.


"뒷집 개는 까미래. 옆집 개는 홍시고. 이런 이름 짓는 거라고~~ 무슨 송백이고 매화냐고. 사람이냐고!!"


"그래서 뒷집 개는 까맣겠구만. 옆집 개는 홍시만하고. 으헝허엉"


"웃음소리 고치랬지! 홍시는 리트리버거든. 무슨 홍시만 해? 부르기 쉽고 이쁜 이름이면 된다고. 개새끼한테 뭔 송백이고 매화냐고. 웃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남들 보라고 살아? 그럼 엄만 왜 전남편하고 이러고 있어? 남들이 보면 이상한 거야 이것도. 글고 아직도 버릇 못 고쳐서 급하면 '여보' 하고 부르잖아 둘다. 이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일 아니고? 다른 사람들 신경도 안 쓰고 살아 놓고 갑자기 왜그래?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치~~"


저 기집애를. 확 때리부릴까 보다.

신경 안 쓰고 사는 것 같아도 신경 쓰고 살지. 어떻게 아예 내 세상입네 하고 사냐고. 새끼가 있다는 것이 그래서 무겁고 무서운 거라고. 연결 고리가 없으면 점 하나만 지우면 남인 우리가 이러고 살고 있겠냐고. 진짜 사주를 보던지 해야지.

옌날 옌날에 무렀더니 이상한 소리 하던데. 쩝.






사실 나는 살가운 엄마가 아님을 인정한다. 부드럽고 여성 여성 하는 성격에 애교가 넘치는 오빠야~~ 스타일 보다는 중성적인 성격으로 남성에 좀 더 가깝다. 그렇다고 무슨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그런 사람은 또 아니다.

음... 적다 보니 애매한 사람인 것도 같다.

어찌어찌 임신해 또 어찌어찌한 사정으로 인해 일을 쉬어야 했는데,

임신 5, 6개월 정도 됐을 때 좀비 죽이는 게임이 처음 등장했다. 총을 쏘며 단계를 거쳐 뭐 종 때리면 등극하며 끝나는 게임이었다. 지금 보면 완전 유치하고 작은 게임이다.

스타크를 못 배운 입장에선 그나마 위안이었다. 한번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스타크는 빠지면 위험하니 애초에 손을 대지 말라는 게 이유였다. 테트리스는 기본을 넘어 바뀌고 쌓이는 단계로 초고수였다. 헥사는 진즉에 때려치웠다, 지겨워서. 너구리도 뛸 만큼 뛰 댕겼고, 갤러그는 사상 97판을 달렸다.

그러다 보니 총질하는 게임이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


결국 송백이와 매화로 이름을 지었네요 하하

귀가 쫑긋 선 애가 매화에요

이렇게 바라보고 있어서...예쁜 여우 같아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