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슨 아니잖아? (2)

외출복 입고 나왔다고!!!!

by 희도

어쨌든 애들은 잘 자랐다. 묵고 자고 놀고 싸우고 또 놀고...

여간 개 팔자가 상팔자다. 개 부럽다. 처음 주사를 맞히러 병원에 가는 날은 참... 가관이었다. 매화는 자리에 얌전히 엎드리고 앉아 멀뚱히 있는데 아무래도 송백이 이상했다. 자꾸 돌아보면서 신호등에 걸리면 챙기고. 드디어... 송백이가 침을 질질 흘렸다. 너... 머여?

난리 났다. 왜 침을 흘려? 아파? 힘들어? 송백아...

말을 해 봐. 에이 씨 진짜. 자식 키울 때 말 못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그랬다. 정신이 집을 나갔다. 그렇게 맑게 흐르는 송백계곡 바라보랴 닦으랴 운전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쪽에 차를 세우고 아이를 살피고 닦고 안고 송백의 눈을 보면서 알았다. 주글 거 가튼 눈으로 맹하니 바라보는 비어버린 눈.

너... 혹시 멀미하니? 내가 버스 탈 때 보이는 그런 눈인디?

나는 개도 멀미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렇게 착하게 와 놓고는, 세 시간도 넘게 와 놓고는.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하기사 우리 메리는 시골에서 살믄서 뭘 타 봤겠니. 그저 뛰어놀고 나랑 엎어치기 메치기하고 노는 게 다였는데. 그런 내가 개가 멀미한다는 걸 알았겠니?

빨리 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천천히 되도록 아이가 덜 어지럽게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창문 열고 드라이브에 기어 넣고 액셀 밟았다. 운전을 배운 18살 이래 처음으로 나는 유례없는 운전을 했다. 비상등 켜고 시속 40도 겨우 밟으며 기어갔다. 다른 차들에게 죄인이었으나 어쩌겠나. 쟈도 곧 죽을 거 같을 텐데. 나도 그 버스를 못 타서 서울 구경도 스무 살이 넘도록 못 했는데. 그 뱅뱅뱅을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디. 자슥. 누가 내 새끼 아니랄 깜시 그런 것도 닮아서는. 안 닮아도 되는 것도 닮아서는. 하이고 이래서 인연이 무서운 거여.



겨우 도착한 병원에서는 생전 하지도 못하는 운동회를 했다. 심장이 튼튼하지 못한 관계로 나는 체육 시간도 항상 열외였다. 근디! 그런 내가 뛰고 있었다. 애들을 차에 두고 내려서 뛸 수밖에 없었다. 한 놈씩 데리고 가는 것도 무리였다. 송백이 상태가 영~ 아니었으므로 매화라도 두어야 할 것 같아서... 병원에 가서 박스 큰 거 얻어서 또 뛰고. 상자에 넣으니 매화는 놀랐는지 그저 조용하고 송백이는 축 처지고. 그 와중에 또 아니 내리시겠다고 몸싸움하시고. 없는 가슴은 또 속절없이 젖고. 이씨. 가슴이 프라인 게 또 오늘처럼 고맙기는 처음이네. 이 무거운 두 마리를 안고 날랐다.

허리 작살나는 줄 알았다.

별명이 종합병원인디.. 허리는 고질병인디... 엘보 때문에 무거운 거 들믄 안 되는디. 지랄.

병원에서도 나는 벌떡거리고 입이 마르는 것은 둘째치고 바닥부터 닦았다. 송백군이 침을 어찌나 흘리시는지 미안한 마음에, 눈치라도 덜 보려고.


“아줌마. 좀 비켜줄래요? 저희 애가 아직 어려서요.”


“아, 네. 미안합니다.”


아줌마... 아줌마긴 한데 어째 영~~ 적응 안되네. 쩝. 병원에선 엔지엄마였다. 그리고는 내게 말 거는 사람이 없어서 아줌마는 좀 적응이 안되네.

푸들이 섞인 말티즈를 안고 들어서던 아가씨가 툭 뱉는 말에 화끈했다. 다 닦고 그제야 마른 입에 물 좀 마시고, 물티슈와 핸드타월 몽창 챙겨서 애들 챙기러 가니 그 아가씨 울 애들 보믄서


“어머, 너 참 이쁘다. 너는 뭐야?”


“진도에요. 진돗개.”


“어? 죄송해요. 청소하는 아줌만 줄 알았어요. ㅎㅎ”


헉! 차라리 입 다물고 있지. 그랬음 아줌마 상처로 끝났을 건디. 나 아직 벌떡거리는 심장 진정 안됐는데.

인자는 청소하는 아줌마. 내가 그렇게 허술하게 입고 나왔나? 맨날 선생님 또는 원장님, 것도 아니면 누구엄마라고 불려서 나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낯설다. 아줌다도 낯선데 청소하는 아줌마. 이건 아닌디? 일하는 복장하고 외출복하고는 엄연히 다르다. 직업을 구분해 층하를 두는 것이 아니라 나는 복장을 신경 쓴다.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가더라도 꼭 챙겨입고 간다. 절대 츄리닝에 쓰러빠 신고 가지 않는다. 영화관... 집에서 10분도 안 걸리는데도.


살면서 많이 겪었고 많이 봤다. 쉽게 말해 있어 보이는 차림새와 그저 그런 차림새가얼마나 큰 차별을 가져오는지. 또 그 차림으로 인해 벤츠 S클래스가 되는지 마티즈가 되는지. 그렇게 건너오면서 가진 옷에 대한 예의랄까. 오늘 내가 마주칠 누군가에 대한 예의랄까. 그래서 나는 복장에 꽤 신경을 쓴다. 그렇다고 명품백에 명품주얼리를 차고 신발을 매칭하고 그런 스탈은 아니다. 그저 깔끔하게 외출복이냐 수업할 때 입는 옷이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갖추어 입는다.

남편은 결혼하고 집에서 있는 나를 보고 놀랐단다. 축 늘어진 셔츠에 반바지 입고 하루 웬 종일 세수도 안 한다고. 그럼 집에 있을 때도 긴장하고 복장 갖춰서 빳빳하게 그래 살아야 하나? 원래 여자는 집에 있음 안 씻는다고. 처음 보는 나의 모습에 오히려 사람다워 보였다는 것이 설명이었다. 나 좀 재수없게 생겼나 보다. 차도녀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사람다워 보인다는 말은 또 참, 사람다워 보이지 않는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사람다워 보이지 않는 여자를 왜 좋다고 따라다녔지? 아무래도 전남편도 지정신은 아니었나 보다. 쩝.


예의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내 가치관이고 또 누가 볼지도 모르니까. ㅋ. 혹시라도! 학부모나 애들이 보면 내가 얼마나 예의 없어 보이겠나. ㅋㅋ. 제일 좋은 것이 모자와 롱부츠다. 머리 안 감아도 모자 쓰면 되고, 꾸미지 않아도 스키니 하나 입고 롱부츠 신으면 대충 집에서 뭉개다 나온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렇게라도 나가지 절대 집에서 입던 옷이나 작업복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일종의 지독한 강박일 수도 있다. 일단 퇴근했는데 전화가 와서 부른다. 집 앞이면 간다. 그러나 현관문 들어왔다 그러면 다시 돌아 나가는 일은 없다. 신발 벗기 전이래도 다시 나가지 않는다. 이미 집이므로. 집에 들어왔는데. 그러면 누구든 알았다 하지 말 길게 가지 않는다. 그래봐야 안 나갈 거 아니까. 복장도 마찬가지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제 적응이 돼서 그런지 만나자고 할라치면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려를 먼저 묻는다.

오늘은 애들 데리고 나온다고 그래도 운동화 신고 나름 외출복 입었는디... 뭔 청소?작업복으로 보인 겨, 시방? 비도 안 오는디 날궂이 하는 겨?



“몇 개월 됐어요? 아까 애가 어리다면서요. 아이~~ 예뻐라.”


“이제 세 살이에요. 아직 어려서 제가 좀 걱정이 많아요. 얘들은 몇 살이에요?”


염병. 진짜 한 대 쳐버리고 싶네.

세 살이 어리면 두 달 된 우리 애들은 머여?

이쁘다고 한 말 취소!! 요새 애들 왜 저러냐.


“두 달이죠? 왜 이렇게 이뻐요. 매화는 진짜... 크면 한 인물 하겠는데요?

제가 진도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엔지 어머님이 예약하셨다길래 보러 나왔잖아요.

자~알 생겼네.”

이 병원엔 의사가 좀 있다. 외과. 치과. 그리고도 세 명 정도 더 있다. 그중 외과 샘이 나와서 하는 소리다. 두 달!! 들었지?

너는 세 살도 어린데 나는 두 달이란다. 그럼, 우리 애들은 어쩔거나? 어린 거여 아님,애기여? 세 살이믄 우리 삐삐 나인디. 나 참. 대충 이쁘다 잘 키우라 해주고 송백이 입 닦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매화는 외과샘이 벌써 쎄쎄쎄하고 있다. 역쉬 이쁘고 볼 일이여. 여우 닮았는디. 우리 송백이도 멀미해서 그렇지 잘 생겼는디.

나도 참 속아지 없다. 고새 삐졌다. 나는 잘 삐지나 보다. 별말도 아닌 데 왜 이리 속아지 좁게 굴지?

아무래도 청소부에서 펄새 삐진거여. 에이 씨. 외출복 입고 나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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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군 딱 세달때 사진임돠. 애기 때 모습이 사라지고 이젠 소년이에요^^

목소리도 큽니다. 잘 안 들려 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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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똥돼지 매화. 벌써 저렇게 살이 쪄서는.... 쩝. 그래도 마냥 이쁜 내 새끼 히히

같은 세달때 사진인데.... 우째 저렇게 차이가 날까용

너무 잘 먹였어요 다이어트를 해야하나 우째야 하나....






#인터넷 살아나다 #나도 살 것 같다 #연재 빼먹어 죄송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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