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아침에 듣는 네 목소리는 이 봄에 피는 아름다운 꽃보다도 더 아름다웠단다.
아침에 들어 본 적이 없던 네 목소리는 조용히 내려 땅을 적시는 비처럼
이 어미의 비어버린 가슴을 적셔오더구나.
그저 잘 있노라고. 걱정하지 말라며 너의 안부를 전하는 건조한 목소리에 내 아들이 이제 다 컸구나 싶은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되더구나. 엄마 잘 있어? 괜찮아? 하고 시작하던 전화가 이제는 엄마 나 잘 있어. 밥도 잘 먹고. 걱정하지 마. 이렇게 시작하니 조금은 마음이 좀 진정이 되더구나. 너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고 먹먹한 것을 무엇으로, 그 어떤 말로 표현할 것이냐. 그런데 이젠 네가 먼저 엄마를 안심시킬 줄 아는 녀석으로 자랐으니 엄마 마음이 얼마나 뿌듯한지 너는 알까?
내 아들이 좀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이 어미가 좀 나았을까. 그러면 또 내 아들은 왜 이렇게 일찍 철이 들었을까나 하고 미안했으려나? 엄마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늘 아들에게 미안한 어미이구나. 이제라도 이렇게 돌아와 주어서 고맙구나.
아들아.
봄이라고 엄마가 좋아하는 하얀 목련이 달빛을 만들고 노란 민들레도 피고 따스한 햇볕도 오더니 갑자기 모두 다 숨어버리고 찬 바람이 다시 찾아오는구나.
봄비가 내리면서 이 많은 것이 숨을 쉬는 계절이 더 싱그러워질 테니 네가 조금은 더 행복하겠구나 했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서 추워지는구나. 날이 추워지면 못난 어미는 그저 감기는 걸리지 않는지 옷은 잘 챙겨 입고 다니는지, 생각으로 걱정만 하는 어미가 돼서 답답하단다.
걱정을 주워섬기고 있지^^.
이 꽃샘추위에 잘 버티고는 있는 것인지. 감기는 걸리지 않은 것인지 걱정을 줍다가 창피하게도 감기는 이 어미가 줍기는 했다만. 목소리가 왜 그렇게 힘이 없냐고 묻는 네게 웃으면서 엄마가 감기 걸렸네 했더니 약 먹었냐 챙기는 네 목소리에 목이 메었다.
정말로 다 컸구나 싶어서. 이제는 내 곁을 떠나갈 때가 머지않았구나 싶어서.
나중에 말이다. 정말로 나중에 우리에게 시간이 허락된다면 꽃 피는 봄에 손잡고 꽃피는 하늘 보면서, 웃으면서 수다도 떨면서 걸어 봤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너와의 작은 추억하나 남기고 널 보냈음 싶구나. 내 아들이긴 하나 시간이 지나면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고 작게는 네 사람 찾아 나아갈 것이니 언제 네가 내 차지가 되어 보긴 하겠니. 작은 소망 하나 품어 본다.
아들아. 내 아들아.
오월이 오면 보자꾸나. 네가 그때쯤 다녀간다고 하니 그 다사로운 오월에 웃으면서 보자꾸나.
엄마 울지 않도록 노력해 볼게. 지금부터 노력해 볼게. 너는 엄마의 눈물이 널 미안케 한다지만 부모란 그런 것이지 않을까? 타지에 내 새끼 보내놓고 마음 편하다면 어디 부모겠느냐.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지내고 있는 것은 잘 지내는 것인지. 몸을 누이는 곳은 어찌 불편한 곳은 없는 것인지. 늘 마음에 배겨 있는 것이 부모이자 새끼인 것을. 나는 늙어 죽어도 제 새끼를 보호해야 하는 너의 껍데기이며, 새끼를 늘 그리워해야 하는 것이 껍데기인 어미의 운명인 것을. 그렇다고 너를 언제까지 세상에 막 내놓은 어린 새끼 취급할 수는 없지 않으냐. 나는 껍데기일지나 너는 그 껍데기 깨고 나아가 큰 어른이 되어야지. 그러니 이번엔 울지 않으려 노력해 보마. 웃으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아들을 보자. 벌써 어른이 된 내 아들을 보자. 내 아들도 이 어미를 웃으면서 보자꾸나.
그러니 아들도 건강 챙기고 세상 모든 유혹에 조금은 강해지고, 이 힘든 세상 헤쳐 나가는 데 정신적으로도 너를 강하게 훈련 시키길 바란다. 절대 어미처럼 약하게 울지 말고. 알겠지?
엄마는 너를 많이 사랑한단다. 엄마가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만큼 다정한 어미가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래도... 말을 하지 않아도... 아니 말을 못해도 너를 많이 사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를 아끼는 어미의 마음이 네게 닿기를 바란다.
이 고운 밤, 빗소리도 고운 밤, 네 소리의 아련함이 곱다. 네 모습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