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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도 Feb 11. 2023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친구야

친구야.

어젯밤엔 너로 인해 많은 눈물을 흘렸네?!

이렇게 가슴이 뭉클함을 느껴본 것이 얼마만일까. 그리고 너의 사랑을 느껴본 것 또한 얼마만인가 싶어서.

친구야. 

이 겨울의 추위가 물러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내 마음속에서 얼어붙었던 마음의 응어리가 한 발 물러섬을 느낄 수 있었단다.

일단 나의 친구야. 걱정하지 마라. 전화로도 말했듯이 내가 정말 힘들어지면 그땐 부끄럽더라도 네게 손을 벌리마. 도와 달라고. 지금 내가 너무 힘이 드니 네가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네게 도움을 구할게.

그러니 그때까진 너도 그냥 모른 척 살아다오.

나의 친구야. 

갑자기 울리는 톡 울림에 놀래서 들여다본 톡은 좀 생소했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송금했습니다

송금받기

이게 뭐지???

한동안 바라보다 네가 내게 보낸 위로의 돈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이고야~~


미친년아. 내가 누구에게 털어놓겠니. 너밖에 더 있겠니. 그저 힘들다는 나의 투정을 아픔으로 받아들여 힘들어하면 어디 무서워 뭔 말인들 하겠냐? 위로의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그렇게라도 전하니 좀 편하디?

돈이 잘 못 하면 이상한 쪽으로 간다. 나니까 네 마음을 읽지. 이년아, 잘 못 읽음 동정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문제인 게야. 앞으로는 잘하도록 해라. 알겠지? ㅋㅋ

그리고 컴맹인 내게 그런 거 잘 이용하지 마. 잠시라도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냐? 

친구란 년이 이렇게 친구를 몰라서야....ㅉ ㅉ


한 15년 전인가... 울 신랑이 완전히 무저진 일이 있었지. 

동업을 함으로써 많은 짐을 짊어져야 했고 아파야 했고 힘들어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지.

아이가 태어나고 5년 정도 지나가고 있었나... 아이 태어나면서부터 시작이었으니 정말 힘겹게 버티고 있던 시간들이었다. 친동생에게 카드하나 부탁했었다. 아이를 키우자니 생활비도 힘들고 갑자기 돈 들어갈 일들이 생겨서.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참 서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랬지. 그랬어도 난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내 피붙이들에게도 외면당했는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날 넌 네 아들들을 데리고 순천만을 왔노라며 내게 연락을 해왔고 그런 너와 앞서 달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때 넌 내게 물었다.

"넌 왜 내게는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어? 나한테는 이렇게 힘들다고 말 안 했잖아. 이렇게 힘들었음 말을 했어야지."

"친구는 말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잃더라. 난 너 잃고 싶지 않았다. 특히 돈이 얽히면 너와 내가 보고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지. 돈거래는 말아야지. 난 너 죽을 때까지 옆에 두고 싶거든."

"미친년."

그렇게 서로 간의 사는 이야기를 뒤로 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너를 보내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오랜만에 쏘인 바깥공기로 인해 조금은 편안해진 며칠 뒤 난 등기를 하나 받았다.

네 이름의 통장, 네 이름의 신용카드, 네 신분증 복사가 된 종이와 편지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뭣이여 이것은? 펼쳐보다가 난 그날도 엉엉 울었다.

신용카드가 없는 날 위해, 네게 결제대금을 보낼 때마다 자존심 상할 날 위해, 네게 전화를 해서 물어볼 때마다 작아질 날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서 보낸 너의 배려와 정성에 미안하고 고맙고 몸 둘 바를 몰라서 엉엉 울었다.

그날은 지금도 내게 눈물로 기억이 되고 울 신랑에게도 넌 기적과도 같은 선물이라 표현되었다. 내가 잘 살았나 보다고 너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당신이 잘 살았다는 방증 아니겠냐던 말에 내 어깨가 으쓱 올라갔었던 날이기도 했었다. 

너로 인해 그 큰 강을 난 조금은 덜 무섭게 건너올 수 있었다.

아들 둘을 대학에 보내고 하나가 고딩인데 너라고 편하겠느냐, 그걸 모르지 않는 나다. 

학원생활 30년에 누구보다 잘 알지. 대학 보내려고 얼마나 뼈 빠지게 학원비를 냈을지 그리고 등록금을 냈을지... 그리고 하나가 또 있잖니. 네가 힘들겠니 내가 힘들겠니?

힘들다 투정 좀 부렸다고 그걸 또 홀랑 진심이랍시고 보여주면 어쩌자는 거이니?

그러지 않아도 네 마음을 내가 안다. 그래서 내게 전화해 투정이라도 부리는 거고. 그걸로 되었어.

그리고 행복했었다. 나 아직도 네 옆에 있어서. 

몇 자 적어 놓은 글에 네게 진 신세가 얼마냐... 했던데. 죽고 싶냐?

친구끼리 신세가 어딨냐? 난 네게 신세 질 만한 무언가를 해 준 적도 없고 넌 내게 신세 진 적은 더더군다나 없다. 알지?!

친구끼리 그런 단어 쓰지 말자. 우리 그러기엔 40년 세월이 우스워지잖아.

전화라는 것이 좀 그렇더라. 네게 전화하지 않고 이렇게 글로 전하는 마음을 넌 이해할 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야. 

우리 웃으면서 보자. 그리고 행복하자.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우리 좀 나아지지 않겠니?

그럼 우리 손 꼭 잡고 여행 가자. 네 마음... 고마웠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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