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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도 Jul 01. 2023

편지를 쓴다

아들에게 쓰는 편지

아들아. 

네게 가는 길은 이렇게 어둡구나.

이렇게 어둡고 캄캄하구나. 

시간이 그래서 그렇다고, 그래서 어두운 거라고 위로를 삼으며 운전하지만, 네게 가는 길이 어두워서 어미 맘이 좋지는 않구나. 하기야 너의 얼굴을 볼 때는 이른 새벽일 테니 밝을 거야, 그렇지? 오늘 하루는 햇빛 쨍쨍한 날이라고 하더구나. 어찌 알았냐고? 걱정 많은 어미 마음에 또 열심히 검색해 봤지^^. 울 아들 나오는데, 날 궂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새로이 출발하는 날인데,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싶어서. 

그러니 이 어둠은 잠시라고 나를 달래본다. 


이 시간에 고속도로는 정말 차도 없다. 이 시간에 운전해 본 적이 없어서 모든 것이 조금은 생경하구나. 잠시 들른 휴게소는 고요하다 못해 사뭇 적막하다.

그것이 더 좋았다. 이 못난 어미에겐 조금이나마 옛 추억에 잠겨 볼 수 있었다. 

너무 순해서 잘 울지도 않던 너. 

배가 고파도 주먹을 입에 넣고는 쪽쪽 빨아대는 소리로 나를 찾던 너.

한번 말한 것은 두 번 말하지 않게 기억해 실천해 내는 너.

너무 예뻐서 ‘아이고 이쁜 내 새끼’ 하면 ‘아이고 이쁜 내 껍데기’ 하면서 등을 토닥여주던 너. 

이쁜 입으로, 예쁜 눈으로 웃으면서 ‘엄마, 사랑해’ 하면서 고백하던 너.

너는 나에게 있어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그리고 귀중한 내 새끼였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행복했다. 가슴이 벅찬 그런 시간이었다, 그 시절 그렇게나 어린 어미에게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애가 애를 낳았다며 한마디씩 던져도, 혀를 차면서 뭐가 그렇게 급했었냐며 혀를 차던 사람들의 말도 엄마는 괜찮았다. 엄마는 너의 엄마였고, 너는 내 사랑스러운 새끼였고, 나의 우주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새끼를 향한 마음까지도 어리겠느냐. 세상의 모든 어미는 그렇게 고슴도치가 되는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의 엄마는 그때의 고슴도치 맞지?      


아들아. 

차의 등은 어둡고 캄캄한 길을 비추고 있구나. 네 앞날도 저렇게 등이 켜질 거야.

엄마는 걱정하지 않는단다. 너도 걱정하지 말고 계획해둔 길로 걸어가거라.

뒤엔 엄마가 버티고 있어 줄 테니. 힘까지야 되어 주겠니. 이젠 늙어서^^.

하지만 버티고 있어는 줄 수 있단다. 네가 흔들리지 않게. 다시는 복수라는 마음으로 너를 상하게 하지 않게, 다시는 너를 흔들지 않게. 알겠지?!

엄마 이래 봬도 꽤 힘세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단단히 버티고 있어 줄 테니. 

한국의 어미들은 말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깡다구가 세단다. 그리고 버티는 힘도 세지. 특히 새끼를 위해서는 더하지. 그래서 아줌마잖니. 한국 아줌마들은 개들도 잘 안 건든다고 하더라. 아줌마의 깡다구를 웬만해선 이길 수가 없어서^^. 명심해라. 이 어미도 한국의 아줌마임을.  

그러니 너도 꼭 너를 상하게 하면서 하는 복수는 마음에서 버리고, 너를 빛나게 하는 생각으로 나아가 너의 세상에서 빛이 되거라. 알겠지?! 사랑한다.     


가는 마음이 바쁘구나. 오늘 출소하는 사람은 너 하나라며. 새벽 다섯 시에 나온다는데, 그 길이 혼자여서야 하겠느냐. 그 길이 외로워서야 하겠느냐. 그러니 이 어미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너를 웃으면서 맞아줘야지 하는 마음에 글을 쓰는 손이 바빠지는구나. 엄마는 한숨을 못 자고, 그냥 일어나 씻고 그길로 바로 출발했단다. 그러니 늦지는 않을 거야. 늦을까 봐, 그래서 네가 혼자 걸어 나올까 봐, 마음이 급하니 잠이 오지 않더구나. 네가 나올 때 엄마가 먼저 그 앞에 서 있을 거야. 나왔을 때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걱정은 하지 말고, 유치원 차에서 내리면 엄마에게 달려오던 것처럼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오너라. 엄마에게로. 난 너의 껍데기잖니.

비록 널 만나러 가는 이 길이 지금은 어둡지만, 곧 날이 새고 해가 뜨면 이 어둠은 사라질 거야. 그러니 아들아, 나오는 길이 어둡더라도 그리 탓하지는 말자. 문을 열고 걸어 나올 때는, 어둠이 물러가 푸른 새벽의 여명이 널 감싸줄 테니.

지나간 어둠일랑 그곳에 두고 돌아보지 말자. 아름다운 새벽의 여명만 바라보자.

그곳에 부족한 이 어미도 함께하마. 

아들아. 엄마 힘을 내서 다시 출발한다. 말로는 네게 이 많은 말들을 전하지 못할 것 같아 몇 자 적느라 좀 지체했다.

곧 보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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