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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도 Sep 23. 2023

망백

망백(望百)

봄의 농간질은 검버섯을 두고
여름은 뜨거움으로 눈을 멀게 하고
가을은 높은 하늘에 주름을 패고
겨울은 간드러짐으로 검은 머리를 세게하는구나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는 가마솥은 이미 노쇠하고
무심한 옹기는 닦아도 닦아도 돌아오지 않고
처마 아래 시끄럽던 제비집은 우련 외롭구나
똥받이 새로 만들어 달고보니 기와위로 흔들리는 시누대처럼 그리움이 밀리는구나
세월이 주는 풍파, 자연에 갈고 닦아진 육감
늙어간다는 것은 육신이 세월의 시간을 깨닫는 것인가보다
가을햇볕에 풍성해지는 감나무도
높고 파란 하늘 아래 노란원피스로
아름다워지는 은행나무도
핏빛 붉음이 세상 곱다고 자랑하는 홍단풍도
생은 그저 흐름에 휩쓸려 발걸음을 옮기는 것일 뿐
공평한 척 하는 세상 너머로 백년의 무게를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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