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더욱 절실해진 심리적 자립

심리적 자립이 왜 지금 모두에게 필요할까?(3)

by 모라

심리적 자립이 왜 지금 모두에게 필요할까? 의 세 번째 이야기


<현대사회에서 더욱 절실해진 심리적 자립>


예전에는 흔들리는 사람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곁에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을이 있었고, 이웃이 있었고,
서툴러도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의 온기가 있었죠.

밥 먹을 때 옆집 아이도 불러 같이 먹이고,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공동체가 살아 숨 쉬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디지털로 더 연결된 것 같지만,
정작 마음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같은 아파트에 3년을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수 있고,
수백 명의 SNS 친구가 있어도
정작 아플 때 죽을 떠줄 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연결되어 있지만, 혼자”라는 말로
이 시대를 표현했습니다.

늘 접속되어 있지만,
진짜 감정은 점점 숨기게 되는 사회.
그 속에서 우리는 외로워지고,
'지금 이대로의 나도 괜찮다'는 믿음을 잃어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더 깊은 고독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여는 순간,
누군가는 화려한 해외여행 중이고,
누군가는 승진 소식을 전하고,
누군가는 반짝이는 가족사진을 올립니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는 “우와, 멋지다. 나도 꼭 가보고 싶어.”
이렇게 감탄하며 스크롤을 넘깁니다.

하지만 어떤 날에는,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다들 멋진 삶을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뒤처진 기분이 들지?’
이런 마음이 스며듭니다.


사실 우리는 모릅니다.
그 하이라이트 뒤에 어떤 상처와 눈물이 숨겨져 있는지.
우리는 남의 피드 속 빛나는 순간과
나의 지친 하루를 비교하면서,
조용히 자존감을 깎아내리곤 합니다.

심리학자 페스팅거(Festinger)는 ‘사람은 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남의 하이라이트와 내 비하인드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계속 지우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그 질문은 어느새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하지?”
라는 자책으로 이어집니다.

사회는 쉼 없이 속삭입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완벽하게.”


쉬는 것도, 흔들리는 것도, 잠시 멈추는 것도
이 사회에서는 마치 실패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그런 시대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단 하나의 힘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심리적 자립’입니다.


심리적 자립은 폭풍 속의 등대 같아요.

바깥이 아무리 흔들려도 내 안의 빛을 지키며 나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는 힘.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나는 이대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내면의 기준.
무너졌을 때에도 “괜찮아, 나는 나를 믿어.”라고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음.

심리학에서는 이런 내면의 힘을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릅니다.
상처를 받아도 다시 살아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죠.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15년 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전국에서 복지직군 후원자 개발 1등이라는 성과도 냈고,
기관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조직에 크게 기여했다고 믿고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 저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육아휴직 후 복귀한 다른 동료가 승진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도대체 뭐였지?’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마주했습니다.
모든 게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조금씩,

내 시선을 바꾸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어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묻기 시작했죠.

그 시간을 견디며, 더 실력을 쌓고, 내면의 기준을 정리하고,
결국 2년 후 호봉 특진도 받고, 서울시장상과 직급 승진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바깥의 성취가 아니라
내 안의 중심을 되찾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똑같은 비슷하게 억울한 일 생기거나,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에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나에 집중하며 극복해 나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믿습니다.

심리적 자립의 첫출발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환경을 바꾸는 게 아니라,
그 환경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요.

그건 곧,
나와의 관계를 다시 세우는 여정입니다.

이 여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나를 이해하는 연습
감정, 욕구, 가치…
나와 솔직하게 대화하는 시간


2.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흘러가는 감정을 지켜보는 힘


3.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연습
타인이나 환경이 아닌
내가 내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용기


이 세 가지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조금씩 길러가는 내면의 근육이에요.

심리적 자립은 단단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유연함입니다.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다시 중심을 찾는 법을 배우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정말 필요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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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연습
하루 중 단 10분, 모든 디지털 기기를 꺼두고 당신의 호흡과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소음 속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 있는 나’의 목소리를 듣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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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모라의 정원》 3-1화: 흔들리는 부모, 흔들리는 아이

아이를 돕고 싶지만 자꾸만 화가 나는 부모의 마음.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쳐가는 순간들.
그리고 부모의 감정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부모가 먼저 심리적 자립을 이루는 일이
아이의 내면을 지켜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음 이야기에서 함께 나눠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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