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부모, 흔들리는 아이(1)
〈부모의 감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숨은 영향〉
“아이가 너무 예민해요.”
“별 말도 안 했는데, 울거나 삐져요.”
“표정만 봐도 감정을 다 읽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는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혹시, 부모님 스스로의 감정을 잘 돌보고 계신가요?”
아이들은 말보다 먼저 감정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표정, 말투, 숨소리, 눈빛 하나까지
어른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죠.
우리는 의식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부모의 감정은 아이의 마음에 그대로 새겨집니다.
한 엄마는 말했습니다.
“아이 앞에서는 화내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도 이상하게 아이가 제가 힘든 걸 다 알아채요.”
네, 맞아요.
감정은 감춰도 감춰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표현’보다 ‘진짜 마음’을 더 잘 읽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부모의 감정을 읽은 아이가,
그 이유를 자기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다는 것.
“내가 말을 안 들어서 엄마가 속상한가?”
“내가 뭔가 잘못했나?”
“또 혼날까 봐 무서워…”
이렇게 아이는
자신의 감정보다
부모의 눈치를 먼저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면,
자신의 감정을 눌러버리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사실, 우리는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습니다.
화를 내는 날도 있고,
지치고, 예민해지고,
어떤 날은 아무 말도 하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그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그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인식하고, 회복할 줄 아는 부모의 태도에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이
‘부모의 감정 조절력’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부모가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도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거든요.
반대로,
부모가 감정을 억누르거나 터뜨리는 방식만 반복된다면
아이 역시 자신을 그렇게 대하게 됩니다.
감정은 전염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 조절도 전염됩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심리학자 존 고트만(John Gottman)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 상태에 생리적으로 반응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이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도 함께 올라가고,
반대로 부모가 정서적으로 안정될수록
아이 역시 더 빠르게 평온을 되찾는다는 것이죠.
또한, 고트만은 ‘메타 감정(meta-emotion)’이라는 개념도 제시했습니다. 이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는지가 아이의 정서 발달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는 부모의 아이는
자신의 감정 역시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화를 참는 법’이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법’이겠지요?
“엄마 지금 좀 화가 나 있어.
이 기분으로 얘기하면 서로 더 상처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잠깐 브레이크 타임 갖고, 조금 이따 다시 얘기하자.”
이런 한 마디가
아이에게는 감정을 건강하게 마주하는 법을 알려주는 가장 강력한 감정 교육이 됩니다.
그 말속에서 아이는
“아, 감정이 올라올 땐 잠깐 멈춰도 되는 거구나.”
“감정이 있어도 사랑은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감정의 기준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의 감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숨은 영향,
그것은 단순히 기분의 전염이 아닙니다.
아이의 자존감, 자기 이해력,
그리고 심리적 자립의 기초를 만드는 뿌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힘든 날일수록
당신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세요.
그 마음을 인정해 줄 때,
그 감정을 다독일 줄 알게 될 때,
아이의 감정도 함께 회복되기 시작할 거예요.
다음화 예고
《모라의 정원》 3-2화: 부모의 심리적 자립이 먼저인 이유
왜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 무너지기도 하고 피어나기도 할까요?
그리고 왜, 부모가 먼저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어야
아이도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부모의 내면이 단단해질 때,
아이도 그 울림 안에서 안정감을 배웁니다.
《모라의 정원》에서, 따뜻하게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