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로서의 나의 첫 신념: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적 자립"
어릴 때 나는 믿었다.
노력하면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기회만 주어지면, 누구나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고.
가난한 친구가 의사가 되고,
혼자 자란 이웃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뉴스에서 듣던 성공담들은
내게 한 가지 확신을 심어주었다.
"더 나은 삶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그 신념을 가슴 깊이 품고 있었다.
특히,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세상의 시작선에서부터 뒤처진 보호대상아동들에게는
"경제적 자립"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힘이라고 믿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안정된 집.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이
사회복지사로서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오랜 시간 아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에 집중해 왔다.
청춘의 시간을 고스란히 바쳐
경제적 지원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에 힘썼다.
학습비를 지원하고,
주거비를 마련해 주고,
의료비를 연결하고.
실제로,
그런 경제적 지원은 아이들의 삶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았다.
마을이, 공동체가 아이를 함께 키우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흐를수록
공동체는 점점 사라졌고,
양육의 무게는 오롯이 부모 한 사람에게로 쏠렸다.
양육시설에 입소하는 아이들의 사유도 변했다.
과거에는 부모의 사망이나 경제적 곤란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살아 있는 부모를 두고도,
아동학대와 같은 심리적 상처 때문에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아이들의 삶을 온전히 지탱할 수 없다.
아이들의 상처 난 마음을 돌보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직장, 좋은 집을 마련해 줘도
그 삶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자립준비청년들과의 톡콘서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앞줄에 앉아 있던 한 청년이
작게, 그러나 또렷이 말했다.
"저는 집도, 돈도 필요해요.
근데 진짜 무서운 건…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제가 뭘 선택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바로 그 시점에,
나는 보호대상아동을 위한 자립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단순히 후원금을 배분하고,
프로그램을 공모하는 데서 그치고 싶지 않았다.
진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문헌을 검토하고,
자립준비청년들과 인터뷰하고,
양육시설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열며
현장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모았다.
그렇게 얻은 결론은 명확했다.
아이들이 진정한 자립을 이루려면,
경제적 자본뿐 아니라 심리적 자본을 키워야 한다.
심리적 자립이란,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믿는 힘,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균형감.
자기 주도성,
자존감,
감정조절력,
관계 맺기 능력.
이 심리적 힘이 세워질 때만이,
경제적 자립도 진짜 자기 삶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경제적 자립 위주 프로그램에
심리적 자립을 촘촘히 엮어 넣은 자립프로그램을 총괄 기획했다.
아이들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는 생활지도원의 양육태도까지 함께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3년 동안,
서울권역 양육시설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 결과는 학술지 '동광'에 실리며
공식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때부터,
나의 자립에 대한 신념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립이란,
단순히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나를 믿을 수 있는
심리적 뿌리를 키우는 여정이라는 것을.
삶은 완벽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넘어지고, 울고, 다시 일어서면서
조금씩 나를 품어가는 것.
그 과정 하나하나가
어쩌면 이미 충분히 값진 것임을,
나는 늦게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조금 느리지만, 조금 서툴지만,
서로를 지켜보며, 응원하며.
심리적 자립이라는 작은 씨앗을 품고,
모라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에도,
당신의 마음에도
조용히, 다정하게 꽃을 심어 가고 싶다.
그렇다면,
심리적 자립은 왜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일까?
왜 인간은 환경에 쉽게 흔들리고,
외부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는 걸까?
그 질문들을 함께 탐색해 보는 여정을, 이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