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폐암이라고? 내가?

나는 정말 암일까?

by 나무사람

나는 정말 암일까? 그저 병원 진료실을 나섰을 뿐인데, 벌써부터 머릿속엔 끝없는 물음이 떠오른다. 지난 화요일에 빅 5 대학병원 중 한 곳을 다녀왔고, 돌아오는 월요일에는 또 다른 빅 5 병원으로 향한다. 내가 아직 서른 초반인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암일 수도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불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몇 달 전 회사에서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30여 가지 검사에 흉부 MRI, 간 MRI, 위·대장 내시경까지 추가해 정밀하게 검사를 받았다. 익숙한 흉부 엑스레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 폐를 찍은 엑스레이 필름은 아마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 흉부 MRI 역시 예닐곱 번은 찍었으리라. 오랫동안 내 몸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흔적들이 증명이라도 하듯, 그 기계의 차가운 접촉은 이제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진다.


“나무사람님, 들어오세요.” 이름이 불리자 따라 들어간 방. 늘 그렇듯 소지품을 내려놓고, 얼굴을 장비에 맞추고, 숨을 들이마시라는 짧은 지시가 이어진다. 몇 초 되지 않는 숨 멈춤 속에서 지나온 모든 순간이 스치듯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사선사가 모니터와 내 얼굴을 번갈아보는 표정, 그 미간의 찡그림과 살짝 고개를 숙인 눈빛. 마치 안타까움을 감추려 하는 듯한 그 얼굴에서 순간 나도 모르게 불안이 일어났다.


“폐가 많이 아프셨나 봐요.” 무심히 던져진 질문에 짧게 답할 뿐이었지만, 그 짧은 대화 속에서도 나는 어딘가 다른 느낌을 감지했다. 그동안 여러 의료진을 만나왔고 그들은 종종 그들의 ‘책임’ 속에 내 말을 넘겨 듣기 마련이었다. 나 역시 지금 이 순간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더 깊이 묻지 않고 돌아섰다.


나는 중학생 때 처음 폐결핵을 앓았다. 매일같이 이어지던 기침, 가래와 함께 묻어 나오는 붉은 피. 그 어린 시절에도 나는 무겁고도 숨 가쁜 아픔을 껴안고 있었다. 간호사였던 엄마조차 처음엔 그저 내 기침이 목을 상하게 한 탓이라 여겼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기침 끝에 결국 병원을 찾았다. “폐결핵이네요. 그리고 상태가 많이 심각해요.” 의사의 말에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엄마조차 놀란 표정이었다. 그렇게 난 바로 입원을 했다. 그로 인해 우리 가족과 내 친구들까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던 그날.


매일 아침 알약을 9개씩 털어 넣으며, 비로소 내 몸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반응해 주는 것 같았다. 약의 쓴맛, 부작용으로 찾아오는 두통과 구토, 그런 모든 감각들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1년이라는 시간 끝에 완치 판정을 받으며, 그 아픔도 결국은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20대 초반에 결핵은 다시 찾아왔다. 조금 더 커진 병원의 무겁고 넓은 복도, 정기적인 CT 촬영과 약. 의사 앞에서 늘 듣던 이야기지만 그때는 얌전히 약을 먹고 치료에 순응했다. 그렇게 또 한 번 완치를 이루었고, 이제는 나를 괴롭힐 일 없으리라 믿었다.


시간이 흘러, 몇 달 전 건강검진 결과지와 함께 도착한 영상자료 CD. 거기엔 조기폐암 의심이란 짧고도 날카로운 말이 담겨 있었다. “정밀검사를 받아보세요.” 문자의 안내처럼 빅 5 병원 리스트가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가운데 내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폐암이라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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