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엄마라 미안해
상품권을 선물 받았다. 3만 원 정도 예상하며 봉투를 열었다. 웬걸, 1만 원권 석 장 뒤에 두 장이 더 있었다.
이걸로 무엇할지 행복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 욕구는 다음으로 미루고 말 못 하는 동물, 자두를 상품권의 수혜자로 정했다. 허리띠 졸라매고 살다 보니 자두에게도 최소한으로 밖에 해주지 못해 늘 안타깝다. 보호자를 잘 만나 부족함 없이 사는 반려견을 생각하면 가난한 엄마라 미안하다.
평소 펫샵에 들르면 할인 폭이 큰 사료나 원플러스 원, 가성비 좋은 간식 한 두 개 집는 게 다였지만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진열대 위의 상품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세심하게 살폈다.
액세서리 코너의 헤어밴드를 보니 작은딸이 아기 때 했던 분홍색 레이스 머리밴드가 생각났다. 자두에게 둘러주면 미모가 한층 더 빛날 것 같았다. 몸에 뭔가를 걸치기 싫어하는 자두는 온몸으로 거부할게 분명하지만.
좀 더 실용적인 걸 찾다가 반려견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 내용이 떠올랐다.
집 안에서도 개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독립된 장소가 필요하듯.
그 코너로 장소를 옮겨 유심히 '하우스'를 살폈다. 크기, 색상, 재질, 세탁방법까지 꼼꼼히 따졌다.
가성비 가심비를 만족할 만한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윳빛으로 안에는 방석이 들어있고 가장자리가 둥그랬다. 자두 털 색깔과 비슷해 자두가 그 속에 들어가면 집과 혼연일체가 되어 멋질 거 같았다.
만져보니 부드럽고 톡톡하니 쿠션감도 좋았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건 사이즈였다. 자두에게 작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여유는 없을것 같았다. 한 치수 더 큰 게 없어 아쉬웠지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다.
드디어 자두에게 ‘하우스’가 생겼다. 그 안에서 편히 쉴 자두를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
TV에서 본 것처럼 과연 '하우스 교육'이 될지, 자두가 잘 따라줄지, 내가 잘할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포장을 뜯자 자두는 처음 보는 물건에 호기심을 느끼고 냄새를 맡아보며 주변을 서성댔다.
간식을 쿠션 위에 살짝 놓으며 “자두, 하우스!” 손가락으로 간식을 가리키며 짧고 굵게 명령했다.
자두는 어리둥절하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우스!, 자두 먹어.” 재차 지시하고 기다렸다. 자두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만 살짝 디밀고 하우스 안의 간식을 먹었다.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번엔 들어가서 간식을 찾아 먹도록 쿠션 위와 틈새에 넣고 ‘하우스’라고 명령했다. ‘먹어’라는 소리와 함께.
자두는 앞발을 넣고 킁킁거리며 주둥이를 이용해 간식을 찾았다.
어느새 자두의 네 발은 모두 '하우스'안에 들어가 있다. 내가 교육을 잘한 건지 자두가 똑똑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아직은 하우스를 낯설어하지만 거부감은 없는 듯하다. 무심하게 간식을 몇개 '툭툭' 던져놓고 주방으로 갔다.
설거지하다 자두가 어쩌고 있나 궁금해 ‘하우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두는 하우스 가장자리에 턱을 받친채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하우스 안에 있는 게 기특하다.
자두 맘에 들길 바랐는데 그 안에서 졸고 있다니... 교육 효과도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 만족스럽다.
대견해서 얼른 간식 하나를 입에 넣어주었다. 칭찬은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채 삼키기도 전에 하나를 더 넣어주었다. 자두는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손’도 안 하고 ‘앉아, 기다려’도 안 했는데 간식이 입 속으로 배달을 와서.
내 집은 없지만, 자두 집은 마련해 주어서 만족스럽다.
사람 집으로 비교하자면 3~4평의 초소형주택이지만 '자두 집'이란게 중요하니까.
자두가 그 안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다음엔 더 크고 아늑하고 편안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