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견이든 진돗개든

자두는 자두다

by 명랑 숙영

내 배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자두는 나와 공통점이 많다.

예민한 기질과 소심한 성격, 아담한 체형과 짧은 다리도 비슷하다. 애교도 못 부리고 냥이처럼 독립적이며 체념도 빠르다.


혼자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햇살을 받으며 나무와 풀, 꽃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걸 즐긴다. 자두도 마찬가지다.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수풀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냄새를 맡으며 뛰어다닌다. 자두도 나만큼이나 자연이 좋은가보다.


그날은 봄 햇살이 유난히 따듯했다. 구릉에서 자두를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었다. 노랑 보라 하양 어리고 자그마한 봄꽃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돋아난 잔디와 풀들이 연두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싱그러웠다. 자두는 구릉 꼭대기에서 달려 내려가고 나를 찾아 올라왔다. '부스터'를 단 듯 빠른 속도에 눈을 뗄 수 없다. 짧은 다리로 어쩜 저렇게 빨리 달리는지 감탄스럽고 신기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달리는 것처럼 상쾌했다.


커다랗고 편편한 바위에 앉아 파란 하늘에 멀리 흘러가는 뭉게구름을 보았다. 시선이 저쪽 하늘 끝까지 다다랐을 때 문득 자두가 궁금해졌다. 자두는 몇 미터 앞, 도랑처럼 푹 패인 수풀 사이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고 있었다.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린아이가 조용하면 사고를 치고 있는 것처럼.


“자두야, 뭐 해! 입에 뭐 물었어?”

자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미심쩍어 자두의 턱을 들고 돌려보았다. 분명 뭔가를 물고 있는 거 같은데 시치미를 뚝 뗀다.

양손으로 입을 벌려보려고 힘을 주었지만 어찌나 꾹 다물고 있는지 열리지 않았다.

“자두, 어서 입 벌려! 어서 벌리라니까”

다그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실랑이가 격렬했다.


억지로 벌리다 물리면 어쩌나 겁이 다. 자두가 힘을 빼지 않았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입 속 깊이 손가락을 집어넣어 이리저리 살폈다. 뼈다귀 같은 것이 잡혔다. 끄집어내 보니 닭 뼈였다. 누군가 치킨을 먹고 거기에다 버렸나 보다. 자두가 먹기 전에 발견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이 주 전쯤 자두가 토하고 설사를 해서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뭔가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어서 탈이 났을 거라고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료와 간식을 먹였는데 장염이라니 의아했다.

그 답을 이제야 찾은듯하다. 그날도 산책 나와서 자두가 몰래 뭔가를 주워 먹었나 보다.

자두가 자연을 좋아해서 그토록 열심히 노즈 워크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자두가 ‘마약 탐지견’이라도 되는 듯 뿌듯했다. 그런데 먹을 걸 찾는 중이었다니 허탈했다. 자두는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지만.


자두에 대한 환상이 하나둘씩 깨지며 기대를 내려놓았다.

처음 병원에 데려갔을 때 기대감을 잔뜩 안고 의사 선생님에게 조심스레 견종을 물었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왜 그렇게 에둘러 말했는지 점점 커가는 자두를 보며 알게 되었다. 진돗개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물론 순종은 기대도 안 했지만 입양을 주선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믿고 싶었다.

오빠는 아기 때 자두 사진을 보고 '딱 봐도 똥개다'라고 해서 '웃기지 마라'라고 했는데...

실망감은 잠시, 이젠 자두가 진돗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믹스견이라도 똥개라도 개의치 않는다.


자두는 자두다. 그거면 됐다.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