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란 힘들기 매한가지
혼자 있을 자두를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베란다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을까 봐 그쪽 길로 방향을 잡고 부지런히 걸었다.
집 건너편 담벼락에 서서 2층 베란다를 올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두는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 걸까. 나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아빠를 기다리는 걸까. 마음이 찡했다. 자두를 부르고 싶었다. 네가 기다리던 엄마가 왔다고.
"자두야~ 자두! 엄마 왔어."
입 모양을 최대한 크고 정확하게 자두를 불렀다. 창문이 닫혀있어 거의 들리지 않을 테지만 알아듣기 바랐다.
자두는 '엄마 맞아?'라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혀를 날름거리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방향을 틀며 나오라고 손짓을 했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실 현관으로 향했다. 우리만의 시그널이 통했다.
2층 계단을 단숨에 올라갔다.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문 긁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자두는 낑낑대며 달려들었다. 날뛰는 자두를 진정시키고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이마가 따끈따끈했다. 너무 흥분해서 열이 올랐나 보다. 어느 누가 나를 이토록 격렬하게 반겨 준단 말인가.
사람에게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자두에게서 느끼니 그 존재가 더 사랑스럽고 고맙다.
자두가 목줄을 힘껏 당기며 앞으로 나갔다. 오늘은 자두가 산책을 리더 하도록 허용하고 이끄는 데로 따라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산책은 이래선 안 되는 거였다.
자두는 코를 킁킁거리며 동네 구석구석을 탐색했다. 참았던 오줌을 여러 차례 뿜어내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갔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산책을 즐겼으니 이번엔 보양식을 해서 먹일 차례다.
“자두야, 고~기. 엄마가 고기 구워줄게. 조금만 기다려!”
자두는 고기라는 말에 귀를 쫑긋하며 반응을 보였다.
프라이팬 위에서 ‘지그 지글’ 고기가 익는 동안 자두는 혀를 날름거리며 얌전히 엎드려있다. 곧 자기 입속으로 들어올 고기를 상상하며.
TV 채널을 돌리며 여러 방송을 기웃거렸다. 침대 위에 엎드려있던 자두가 어슬렁어슬렁 거실로 나갔다. 물을 마시러 가나 했다. 그런데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현관 쪽을 응시했다. 누군가 저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처럼.
"자두야, 거기서 뭐 해? 어서 방으로 들어와~"
자두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볼 뿐 꼼짝하지 않았다.
맘 가는 대로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손으로 더듬었는데 내 옆에서 자겠거니 했던 자두가 없다.
거실로 나가보니 베란다 창가에 서서 컴컴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두는 왜 저러고 있는 걸까? 아빠를 기다리는 걸까?
처음으로 맞는 ‘아빠의 부재’를 느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썼건만...
잠도 안 자고 밤새 아빠를 기다리는 자두가 안쓰러웠다.
“자두야, 오늘은 아빠 안 오실 거야. 이리 와서 엄마랑 자자!”
자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과도한 해석일지 모르지만 자두는 내가 오지 않은 날도 저렇게 기다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