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고 뭐고
사람이나 개나 마찬가지로 뭐든 첫 경험이 중요한 거 같다. 물에 대해 자두에게 나쁜 경험을 심어주어 물을 싫어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목욕하자고 말만 해도 거실 바닥에 드러눕는다. 난 안 갈 테니 데리고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불러도 오지 않고 간식으로 유혹해도 꼼짝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힘들게 자두를 안고 욕실로 들어간다.
샤워기 물줄기 소리가 무서운지 물살이 몸에 닿는 게 싫은지 욕실 안에서도 이리저리 도망 다닌다.
하지만 코너에 몰리면 다 내려놓은 듯 가만히 있다. 씻길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저항 없이 내어준다.
작년 여름, 자두를 데리고 두 딸과 함께 계곡으로 피서를 갔다. 그때 큰딸이 자두에게 수영을 가르친다며 계곡물 깊은 곳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와 작은딸은 바위에 앉아 발장구를 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난생처음 물에 들어간 자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했다. 큰딸이 두 손으로 배를 받치고 헤엄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자두는 물에 가라앉지 않으려고 네 발을 버둥거렸다. 겁에 많이 질린듯했다.
“엄마, 이것 봐. 자두 수영한다.”
“수영하는 게 아니고 안 빠지려고 허우적대는 거 같은데.”
겨우 코를 내놓고 물속에서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큰딸이 받치고 있던 손을 조심스레 놓자 자두는 코까지 물에 잠긴 채 우리를 향해 죽기 살기로 발버둥 쳐왔다. 말로만 듣던 '개헤엄'이다. 우리는 환호성을 올리며 자두가 수영한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자두에겐 생존 수영이었을 것이다.
자두는 바위 위로 올라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미끄러워 자꾸 헛발질만 했다. 우리는 그런 자두를 보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큰 딸은 자두를 다시 물속으로 끌고 갔다. 자두는 힘을 다 써버렸는지 조금씩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수영이고 뭐고 더는 안될 것 같아 큰딸에게 구조요청을 했다.
눈물인지 계곡물인지 자두의 얼굴은 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젖어서 흘러내린 털로 인해 그야말로 울상이었다. 아니 소리 없이 울었을지도...
바위 위로 올라온 자두는 사정없이 온몸의 물기를 떨어냈다. 꼭 물이 싫다며 몸서리를 치는 것 같다. 사방으로 튄 물로 우린 옷이 다 젖었다. 대충 물기를 닦고 자두를 닦아 주려고 했지만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에 자두를 찾았다.
자두는 멀지 않은 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털은 거의 다 마른 듯했다. 자두를 데리고 언니들이 있는 계곡으로 다시 돌아왔다. 두 딸은 물속에서 물장구를 치고 헤엄도 치며 어린아이들처럼 물놀이를 즐겼다. 그 모습을 자두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때 자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날 이후로 자두는 계곡 물이든 욕실물이든 물이란 물은 다 싫어하는 거 같았다. 먹는 물만 빼고.
계곡물에 빠지는 경험을 했으니 나라도 싫을 것 같다.
우리가 너무했다.
자두야,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