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을 땐 그냥

왜 내겐 안 하는 거지?

by 명랑 숙영

자두가 나와 아빠에게 하는 뽀뽀에는 차이가 난다. 나에겐 마지못해 입과 코 주변을 두어 번 핥고는 만다. 그런데 아빠에겐 혀를 길게 내고 양쪽 콧구멍을 번갈아 가며 싹싹 핥는다. 뭐 맛있는 게 그 안에 들어있기라도 한 듯. 자두 아빠는 사랑에 목마른 사람처럼 지그시 눈을 감고 뽀뽀를 즐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이 거북하다. 시커먼 구멍 속 병균들이 자두에게 옮을까 봐 걱정된다.


내 옆에서 쉬고 있는 자두를 아빠가 호출한다. 또 시작이다.

“자두, 뽀뽀.” 자두는 슬그머니 일어나 아빠의 말에 순응한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신기하다.

자두가 모른 체하면 어김없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자두는 더 피할 수 없다는 듯 슬며시 일어나 아빠가 원하는 행동을 한다. 그럴 때 자두는 어떤 기분일까.


자두가 나에게도 아빠처럼 해줄지 궁금했다.

“자두, 엄마 뽀뽀.”

조심스레 얼굴을 갖다 댔다. 그런데 못 들은 체 가만히 있다. 목소리에 힘을 약간 실어 재차 요구했다. 자두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니, 이럴 수가. 왜 나는 외면하는 걸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까와는 달리 부드럽고 상냥한 음성으로 한 번 더 청했다. 이번에도 자두는 내 얼굴을 피했다.

“자두가 왜 그러지? 나한테는 안 그러는데. 자두, 아빠 뽀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두는 아빠 입을 향해 다가간다. 자두 아빠는 보란 듯이 눈을 감고 입을 쭉 내민다. 좁은 두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의기양양하다. 어깨에 '뽕'이라도 들어있는 줄 알았다.

“당신 입 냄새가 맘에 안 드나. 거, 참 이상하네. 당신한테는 왜 뽀뽀를 안 해주지?”

“입 냄새라면 당신이 더 오질걸? 내가 싫어하는 거 아니까 안 하는 거겠지.”라고 톡 쏘아붙이니 정말 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사실 난 동물과 입을 맞추는 게 좀 거북하다. 비위생적이라 기분이 찝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연중에 피했다는 생각이 든다. 눈치 빠른 자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강압적인 자두 아빠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나라면 상당히 귀찮고 싫을 것 같다. 그래서 웬만해선 자두에게 뽀뽀를 요구하지 않는다. 최소한 쉬고 있을 때는 가만히 내버려 두면 좋겠다.


‘자두야, 하기 싫을 땐 그냥 거실로 나가버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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