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다음번에 꼭 성공해

by 명랑 숙영

자두가 아빠와 나 사이에 자리를 잡고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다.

뭐라도 얻어먹을 심사다. 하지만 차려진 상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자두에게 줄 만한 음식은 없다.

얌전히 앉아 간식 주기를 기다리는 자두가 안쓰러워 종지에 간식을 담아왔다.

하나를 자두 입에 넣어주고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몇 초가 흘렀을까.

자두가 앞발로 내 오른팔을 슬쩍 건드린다. 고개를 돌려 보니 자두가 침을 흘리고 있다.

턱 밑으로 침을 거미줄처럼 늘어뜨린 모습이 가관이다.

우리가 먹는 게 너무 먹고 싶은 모양이다.

장날에 사 온 떡을 난 점심 식사 대용으로, 자두 아빠는 술안주로 쩝쩝거리며 먹고 있었다.

‘얼마나 먹고 싶으면 침까지 흘리며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까.’

딱한 마음이 들었지만, 떡을 자두에게 줄 수는 없었다.

“자두야, 안돼! 이건 네가 먹는 게 아니야.”

단호한 어조로 말했더니 자두는 고개를 슬쩍 돌리며 내 눈을 피했다.


하나 남은 떡은 접시에 담아 TV 옆 테이블에 올려두고 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자두가 뭐 물어갔어.”

담배를 피우고 들어온 자두 아빠가 크고 다급한 소리로 말했다.

놀란 자두는 떡을 거실 바닥'툭' 떨어뜨리고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현장범으로 잡혔으니 그냥 둘 수 없는 일이다.

“자두, 너 엄마한테 딱 걸렸어. 엄마아빠 몰래 슬쩍하다니. 혼 좀 나볼래?”

현장으로 이동해 이미 얼음이 된 자두의 엉덩짝을 살짝 때리는 시늉을 했다.

자두는 그 자리에서 배를 드러낸 채 눈을 내리깔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요동치는 자두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개의 단기 기억은 1~2분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그러니 수 분이 지난 후 야단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유도 맥락도 모른 채 보호자가 자신을 혼낸다고 인식해 서로 관계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사실을 몰랐을 때는 버릇을 잡는다고 자두를 혼냈다. 그래서 그런지 자두는 내 목소리에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눈치를 본다. 귀를 뒤로 젖히고 의기소침해하며 '자발적 거리 두기'를 한다.

이제는 자두가 어떤 짓을 하든 무슨 잘못을 하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자두가 훈련된 게 아니라 내가 교육되었다.

언제나 사랑이 넘치고 인내심과 끈기가 있는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은근슬쩍, 엄마아빠의 눈을 피해 기회를 포착하고 떡을 슬쩍한 자두의 모습이 우습다.

훔친 떡을 들킬까 봐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놀라 떡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때 자두의 심장은 쿵광쿵광 요동쳤겠지.

‘자두야, 다음엔 꼭 성공해!’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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