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문자

자두야, 안녕

by 명랑 숙영

수업 준비하고 먹고 잠깐 쉬고 수업하고 자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었다. 혼자라 편하고 익숙해서 조금은 지루했다. 별일 없어 안심되었지만 막연한 불안감은 공존했다. 오롯이 혼자가 되니 때로는 외로움에 흔들렸다.


자두를 데리고 자두아빠 집을 나섰다. 한낮의 거리는 도로를 달리는 차들,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자두는 머리를 약간 숙이고 꼬리는 늘어뜨린 채 주눅 들어 걸었다. 산책이 아니라 목적 있는 동행이기에 자두보다 내가 더 긴장했다. 자두의 목줄을 최대한 바투 잡고 불안해하는 자두를 불안한 마음으로 리드했다.


45분을 걸어서야 겨우 원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두가 네 번째 방문자다.

가족 외에 아무도 이곳에 온 사람이 없다. 직장 근처라 동료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까 봐 불안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집안에 들어서자 자두는 킁킁거리며 구석구석을 탐색했지만 어디에도 마킹하지 않았다. 엄마 집이란 걸 알고 그랬을까.

언젠가 자두를 데려오면 주려고 간식을 준비해 두었다. 병원 다녀왔을 때나 미용했을 때 주는 특식이다.

캔은 남김없이 핥아먹으려는 자두와 실랑이를 벌였다. 주둥이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모퉁이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었다.


따뜻한 햇볕이 스며드는 창가 바닥에 극세사 이불을 깔았다.

“자두야, 여긴 엄마 집이야. 온다고 고생했지? 이제 좀 편히 쉬어.”

옆에 앉아 머리부터 꼬리까지 정성스레 쓰다듬어주었다. 자두는 배를 보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어찌어찌 데리고는 왔는데 이제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오는 내내 자두는 사람을 경계했고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면 몸을 움찔거렸다. 나뭇잎이 떨어져 꼬리를 스쳐도 뒤를 돌아보며 화들짝 놀랐다.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을 주고 싶었는데 스트레스만 준 게 아닌지 모르겠다.


자두를 '초대'하고 싶었다. 아무도 찾는이 없어 외로워서 그랬을까.

나의 셋째 딸 자두가 2시간가량 머물고 간 공간.

자두를 마지막 방문자로 원룸 생활은 1년 계약기간을 만료로 끝났다.

집들이 선물 뽀삐화장지 1팩도 다 쓰진 못한 체.



< 에필로그 - 자두 시>


지난주가 우리의 마지막 밤 산책이었다니

사람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개의 일도 다를 바 없구나


우리가 함께 할 그날은

나의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슬픔으로 그날은 왔지만

널 데려올 수가 없구나


언젠가 다가올 그날

너에게 가장 슬픈 날


그날이 왔으면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20화를 끝으로 동물 딸 자두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난 자두예요' '동물딸 자두'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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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