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네 집 아니거든

따끈한 오줌까지

by 명랑 숙영

설 명절이라 자두를 데리고 시댁에 갔다. 하룻밤을 자고 와야 해서 혼자 집에 둘 수 없었다.

뒷좌석에서 자두를 안고 가는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자두는 두 앞발을 내 무릎 위에 얹고 엉덩이만 좌석에 붙인 채 뻣뻣하게 힘을 주었다. 시댁까지 40분 거리였지만 1시간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자두는 차멀미를 하는지 기운이 없었고 무기력해 보였다. 창문을 내려 바깥바람을 쐬주려 했지만 고개를 돌려버렸다. 계속 안고 가기 힘들어 옆 좌석에 앉히려 했지만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자두는 차 타는 게 힘들고 불편하가 보다. 그래서 나도 그렇다.


시댁에 갈 때는 늘, 왠지 긴장된다. 특히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를 때 최고조에 달한다.

오늘은 자두를 데리고 가는 첫 방문이라 시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하다. 시부모님은 20여 년 전에 ‘미니’라는 시츄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터라 자두를 반가이 맞아 주실 것 같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두는 두 분을 향해 사납게 짖었다. 이곳에선 우리가 외부인인데 집주인을 향해 마구 짖다니 민망스러웠다.

인사를 드리고 챙겨 온 패드를 서둘러 현관문과 화장실 앞에 깔았다. 자두가 아무 데나 오줌을 싸서 어른들께 미움을 받으면 안 되니까. 배변 훈련이 된 지라 집에선 그 위에 실례를 잘했지만 모를 일이다.


음식 준비를 하면서도 내 눈은 자두를 찾아다니기 바빴다. 자두는 베란다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이곳저곳 다니며 냄새를 맡았다. 그때였다.

"여기 오줌 쌌다. 어서 와서 치워라!"

신경질적인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앞치마에 대충 손을 닦고 서둘러 가보니 자두는 발 패드에 따끈하게 지도를 그려 놓았다. 개는 폭신한 패드에 오줌 싸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미처 그걸 치우지 못한 내 실수였다. 얼른 발닦이를 치우며 자두를 혼내는 시늉을 했다. 그래야 자두가 시아버지께 덜 혼날 것 같았다. 바닥에 싼 것도 아닌데 웬 짜증이신지, 집이었다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데. 자두는 기가 죽어 내 눈치를 보았다.


시어머니는 가족들이 먹을 고기를 굽느라 여념이 없었다. 왠지 어머니께서 소금치고 후추 뿌린 고기를 자두에게 먹일 것만 같았다. 좋아하는 삼겹살도 당기지 않는 이유가 분명했다. 내 예감이 적중했다.

어머니는 가족들이 먹고 남긴 고기를 자두에게 주었다. 자두는 어리둥절하며 경계했지만 고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으르렁거리면서 고기를 날름 받아먹고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우스웠다.


결국 자두는 마늘향이 강하게 밴, 먹어서는 안 될 향신료가 첨가된 짠 고기를 몇 점 더 얻어먹었다.

어머니는 호의로 그러신 거지만 주면 안 된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는데도 당신 맘대로 하셨다. 내 말을 존중해주지 않는 시어머니가 야속했다. 어른말에 대꾸하지 못해 속병을 앓던 '시집살이' 시절로 회귀한 듯 꺼림칙했다.


자두만큼이나 나도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아니, 자두는 고기 때문에 더 있고 싶을까.


KakaoTalk_20250804_102115070.jpg 재미로 쓴 붓펜 캘리글씨(시월드 패러디 문구)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