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다양한 개가 존재해

도플갱어

by 명랑 숙영

자두아빠는 ‘자두는 절대 수컷들한테 똥꼬를 허락하지 않는다’며 목에 힘을 주었다. 똥꼬를 지키는 게 암컷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똥꼬' 냄새를 맡는 게 그들의 인사법이고 의사소통 수단인데 말이다.


그놈이 또 우리 자두를 귀찮게 했다. 지난 몇 주간 집 근처 산책길에서 자주 만났다. 목줄은 없지만, 이름표가 있는 걸 보니 보호자가 있는 게 분명했다. 갈색 털에 유난히 윤기가 흐르고 자두보다 덩치가 조금 작은 발바리인데 엉덩이 쪽이 튼실해 보였다. 우리는 가던 길을 가는데 그놈이 자꾸 따라와 자두 엉덩이에 관심을 보였다.

자두는 처음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놈은 다짜고짜 똥꼬에만 집착했다. 자두가 싫다고 으르렁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했다. 어느 날은 놀자고 하는 줄 알았는데 자두가 순식간에 녀석을 공격해 화들짝 놀랐다. 큰 싸움이라도 일어날까 봐 녀석을 발로 차는 시늉을 해서 멀리 쫓아버렸다.


인적이 드문 구릉에서는 자두를 풀어준다. 여기서만이라도 마음껏 달리며 자유를 누리길 바랐다. 자두는 네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달리며 구릉을 오르내렸다. 내가 구릉 아래쪽에서 헥헥대며 올라가면 넌 저시 내려다보며 기다리기도 하고 데리러 내려오기도 한다. 응원에 힘입어 자두 뒤를 따랐다.


저기 멀리 잔디밭에 비둘기 떼들이 한가로이 모이를 쪼고 있었다. 평화로워 보였다.

“자두야, 저~기 비둘기 있네.”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자두는 그 방향을 응시하더니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비둘기 떼와 가까워지자 쏜살같이 달려 비둘기를 쫓았다. 모이를 쪼던 비둘기들은 놀라 정신없이 솟구쳐 올랐다. 비둘기에겐 미안했지만 그 광경을 보는 나는 환희에 찼다.

“와아, 우리 자두 진짜 잘한다.”

자두는 나에게로 달려와 두 발로 터치하고 다시 달려갔다. 자두에게서 '사냥개의 본능'이 느껴졌다. 가슴이 뭉클하며 자부심이 차 올랐다.


크고 편편한 바위에 앉아 파란 하늘 속 뭉게구름을 감상하고 있었다. 구름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10미터 전방에 자두와 비슷한 개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자두보다는 덩치가 약간 작고 털이 풍성한 게 이제 막 어린 티를 벗은 거 같았다. 여태껏 자두와 이렇게 닮은 강아지는 처음 보았다.

“저희 개랑 진짜 닮았어요.”

보호자는 내 곁에 있는 자두를 살피더니 신기해했다.

“그렇네요, 혹시 얘들 숨겨둔 형제 아닐까요.”

자두는 도플갱어에게 다가가 관심을 보였다. 인사를 하고 놀자고 몸 장난을 걸었지만 그 강아지는 얌전히 주인 곁에만 머물렀다.


자두 형제들이 생각났다. 오빠인지 남동생인지 모르지만 두 마리는 아직 자두가 태어난 공장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자두가 형제를 만나면 어떤 반응을 할지 얼마나 닮았을지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 만약 자두가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형제들과 잘 지낼까. 다른 곳으로 보내졌을지도. 더 이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KakaoTalk_20250723_104956091.jpg 재미로 쓴 붓펜 캘리글씨

구릉 끝자락 멀리서 그놈이 보였다. 다른 개를 졸졸 따라다니며 보호자에게 주먹으로 위협을 당하고 있다.

‘어휴, 한심한 놈.’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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