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1번이고 싶었는데

아빠 껌딱지

by 명랑 숙영

마중은 ‘마음이 가는 중’이라는 카피가 있다. 나도 그랬다. '마중 약속'이 잡히면 그때부터 마음은 온통 마중에 쏠렸다. '누구'를 마중 가느냐 못지않게 '누구랑 가느냐'도 중요한 것 같다.

오늘은 셋째 딸 자두와 마중을 나간다. 그 때나 지금이나 마중은 언제나 설렌다.

“자두야, 아빠 마중 가자.”


멀리서 검은 형체가 다가왔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조끼를 입고 힘없이 걷는 모습이 자두아빠다. 자두도 긴가민가 하는 눈치다. 힘없이 걸어오던 형체가 고개를 들더니 자두를 불렀다. 아빠 목소리에 자두는 있는 힘을 다해 목줄을 당겼다. 나는 ‘어어’하며 엉거주춤 딸려갔다.

자두는 흙발로 사정없이 아빠에게 달려들었다. 집에서만 보다가 밖에서 아빠를 만나니 놀랍고 반가운 모양이었다.

짧은 재회가 끝나자 자두아빠는 와인 한 병을 사 온다며 대형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자두는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고 뒤를 마구 쫓았다. 나는 그 힘에 의해 2~30m쯤 끌려갔다.

"자두야, 엄마 자빠지겠어. 그만 달려!"


자두가 이런 돌발 행동을 한건 처음이었다. 누가 어디를 가든 무얼 별 관심이 없었다. 갈 사람은 가고 올사람은 온다는 듯 덤덤했다. 설령 그게 나일지라도. 뒤를 돌아보는 건 언제나 나였다. 오늘 행동은 의외였다.


최근 들어 아빠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것 같다. 나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아빠가 사라진 건물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입구만 바라보았다. 아빠가 그곳으로 들어갔으니 기다리면 나온다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안쓰러워 주변 산책을 시키며 관심을 돌리려 했다. 자두는 노즈워크도 하는 둥 마는 둥 마킹도 하지 않고 아빠가 사라진 입구를 향해 자꾸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같이 있는 나보다 사라진 아빠에게 온통 마음을 쏟아서 씁쓸했다. 자두에게만은 영원한 1번이고 싶었는데 오늘부로 1위 자리를 내주어야 하나 보다.


혹시 분리불안이 생긴 건 아닐까. 주 5일을 아빠 껌딱지가 되어 일 나간 아빠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자두가 짠하다. 엄마는 하루 지나면 가 버리고 일주일 후에 오니 그 기다림은 또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까.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자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혼자 남아있는 시간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자두야, 해 떴다. 산책 가자.

자두야, 점심 먹었으니 산책 가자.

자두야, 해 진다. 산책 가자.

자두야, 자기 전에 산책 갔다 와야지.

자두는 좋겠다. 하루에 네 번이나 산책하구.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