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으로 가지 않은 게
아직도 이름을 짓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도 어울리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름은 아무렇게나 막 지으면 안 되니까.
분명 이름이 있을 테지만
널 부르는 소릴 들은 적이 없어
이름을 알 길 없네
지금은 이름대신
"안녕"인사하며
다가간다는 신호로
혀를 두 번 "똑! 똑!" 찰게
그러니 쫄지도 숨지도 마
내가 다가가도
너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궁리해서
마침내 발견한 날
그때는 반가이 너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갈게
먼 거리에서 지나가기만 해도 달려들듯 짖었는데 간식 덕분에 거리를 좁혔다.
1m가량 거리를 두고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오른 손등을 내민다.
다른 손엔 간식을 숨긴 채 무심히 '툭' 떨어뜨리며 네 눈을 들여다본다.
경계하는 눈동자가 까맣고 속눈썹이 예쁘다.
2m 남짓한 낡은 목줄에 네 인생을 맡기고 무료한 계절을 보내는 네가 가엾다.
365일 지루한 너의 일상에 콩알만 한 즐거움 주려고 주머니를 볼록하게 하고 너를 찾아간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친구가 되고 싶어서.
국밥집 주인 할머니는 '이름이 없다' 하고
딸인지 며느리인지는 '누렁이'라 한다.
누렇게 생겼다고 누렁이라고 하는 건 너무 한 처사 같다.
사람 이름을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과 뭐가 다를까.
네가 매일 안녕하기를 바라는 맘에서 '안녕'이라고 지었다.
'나만의 안녕이'가 된 안녕이는 경계를 풀지 않고 손에 있는 간식을 낚아채간다.
목줄에 메어 웅크리고 등을 보이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몇 살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아직 펄펄 살아있었다.
그래, 사는 동안은 그리 살아야지
입 짧은 너를 위해 고구마 연어 오리 황태
갖가지 간식을 요일별로 준비해 매일 들를 테니 각오하고 기다려
기분 좋을 각오
여느 날과 똑같은 아침인데 안녕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해 국밥 집 앞을 서성인다.
'국밥 한 그릇 사 먹으며 주인 할머니에게 넌져시 물어볼까?' 생각만큼 마음도 앞섰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른 아침, 운동을 나서며 행여나 하고 국밥 집 문 앞을 기웃거렸다.
때마침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할머니, 안녕하세요 근데 누렁이는요, 누렁이가 안 보이네요."
용기를 내어 인사까지 붙여 깎듯이 할머니에게 물었다.
"과수원으로 보냈다"
자초지종도 없이 할머니는 성가시다는 듯 '휑'하니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기가 어딘지 왜 갔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주인이 보냈다는데 내가 뭐라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내가 상상한 '그곳'으로 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잘 가, 잘 지내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예고 없는 이별은 또 슬프다.
안녕이가 부디 그곳에선, 제발 2m 목줄에서 해방되길.
과수원을 마구마구 달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