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밑 그 개

하루의 아보하

by 명랑 숙영

다리 밑을 지나갈 때면 컹컹 짖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내 길을 갈 뿐이었는데


안녕이에게 인사하러 갔다가

어렴풋이 네 존재를 알게 되었지

온통 시커먼 네가 사납게 짖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어


호기심이 용기로 빛나는 순간

한 발 짝 한 발 짝 다가갔어

생각보다 네가 커서 놀랐다

낯선 사람의 등장에 동네가 떠나가라 짖었지만

몸을 낮추고 가만히 네 발치에 앉았어

눈을 피하고 몸을 살짝 돌려 무심히 손등을 내주었지

넌 짖기를 멈추고 내 몸 구석구석 냄새 맡고 수색했어


그렇게 너와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불룩한 주머니로 매일 서로의 거리를 좁혔지


체인, 네 목줄을 보면

가슴이 아려

간식을 먹을 때 만이라도

목줄은 내 몫


유월의 폭우로 다리 밑 길이 끊긴 날

찾아가 '하루야' 불렀을 때

넌 달려 나오길 머뭇거렸다


공장 외벽 기둥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장벽이 되었고

물방울 파편은 튀어올라

네 검은색 털과 내 옷을 적셨어


안타까움으로 한번 더 불렀을 때

넌 망설임 없이 달려 나왔지

바닥 레일, 긴 쇠사슬 목줄을 당기며

용기 있게 달려온 네가 기특해

꼭 껴안았어


널 찾은 만큼

우정은 깊어갔고

우린 행복했지


아보하, 내가 널 궁금해하는 것처럼

너도 그럴까.


오늘은 왠지

네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보고 싶지만 빈손이라

준비하지 못한 간식과

가고 싶은 마음이 줄다리기를 해


골목을 돌아 벽 모퉁이에 빼꼼히 목을 빼고 너를 보았지

'뭘 하나?'

목줄을 당겨 입구를 향해 앉아 있는 너

꼭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

그게 나라면...


사실,

넌,

나보다

삶아온 고구마와 달걀을 더 기다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좋아

난,

착각이라도

오해라도

네가 날 간식자판기로 여길지라도

난,

좋아

네가

사랑스러워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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