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자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by 명랑 숙영

자두는 당신이 아는 그런 자두가 아니에요

새콤 달콤 제 철 자두는 더욱 아니랍니다

새콤하게 자! 달콤하게 두!

만화캐릭터 자두는 더더욱 아니지요


자두는 플라스틱 물병으로 축구놀이를 해요

놀다 지치면 세상모르고 자요

아무리 눈 뜨라고 해도

귀만 쫑긋 못 들은 채

아무리 불러도

꼬리만 살랑살랑

집게손으로 눈꺼풀을 들어 올려도

모른 척 꿈쩍하지 않아요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이 방 저 방

와! 다! 다! 다!

왕복질주하며

미끄러지며 달려 나와요

그런 자두가 우스꽝스러워

"자두, 자두, 자두"하고 연거푸 불러요


그런 자두가 사랑스러워

옆볼때기를 잡고 마구마구 흔들면

발라당 드러누워

뒷발은 쩍벌

앞발로는 기역자를 만들지요


우리는 집 자두는

자는 시간 외는

온통 저지레 하는

이 세상 끝날 때까지

함께 하고픈

나의 자두, 내 사랑 자두입니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나기로 했어요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그날


물론 자두에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내 맘과 같을 거예요


무지개다리1.jpg

일기장 뒷면에 2022년 8월 20일에 필사함.

무지개다리2.jpg

'무지개다리 시', 'Rainbow Bridge poem'으로 널리 알려진 익명의 시다.

1980~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처음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