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인가?
3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수많은 교사들과 함께 생활했다. 공립 일반계 고등학교에 근무한 터라, 5년마다 근무 학교를 옮겨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교사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참 좋은 교사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교사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일까? 사람마다 다 다른 척도를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만난 몇 명의 교사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나와 최소 일 년 이상 같이 근무한 사람들이다. 누가 좋은 교사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라.
A라는 교사가 있다. 기본적으로 착한 심성을 장착하고 있다. 다른 학교에서 막 전근해 온 어떤 교사가 나에게 "A 교사가 그렇게 사람이 좋다면서요?"라고 말할 정도로 사람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겪어 보면, '참 사람 좋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일도 있었다. 중간고사 기간에 임신한 여교사의 시험 감독을 매일 1시간씩 자신이 들어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보통의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시험 감독을 1시간이라도 적게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원해서 시험 감독을 매일 1시간씩 더하겠다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학생들에게도 참 따뜻하다.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교사들이 흔히 하는, 학생들에 대한 험담도 들어본 적이 없다. 동료 교사들을 배려할 줄 알고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대하는, 어디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사 B는 한마디로 진학 지도 전문가라 할 만하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지는 않지만, 지역 내에서는 그렇다. 그의 주특기는 고등학교 3학년 부장 교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가 3학년 부장을 맡으면 대개 그해 대학 진학 성적이 좋다. 대학 진학 성적이 좋다는 말은, SKY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진학시켰다는 의미이다. 대학 진학 지도의 성패 여부가 일류 대학 합격생 수에 따라 평가되는 현실은 자못 씁쓸하다. 하지만 지방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이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은 의대에 얼마나 진학시켰는지가 가늠자 역할을 하는 듯하다.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B는 자신의 업적(?)을 그리 내세우지 않는다. 승진에도 관심이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학생들 진학 지도에 심혈을 기울인다. 겸손하고 성실해서 학교 관리자(교장 또는 교감)와 동료 교사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C 교사는 한마디로 열혈 교사이다. 열정적으로 수업을 한다. C가 수업하는 소리가 복도까지 쩌렁쩌렁 울린다. 다른 교사들이 맡기 싫어하는 업무를 맡아 매우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한다. 물론 승진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그런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하지만 승진을 염두에 둔 모든 교사가 C처럼 열정적으로 근무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C의 그런 모습은 평가해 주어야 마땅하다. 또 학교 관리자가 시킨 일은 빈틈없이 처리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학교 관리자가 원하는 바를 짐작하여 일을 추진하기도 한다. C는 언젠가 틀림없이 학교 관리자로 승진하리라 생각한다.
위 세 사람 중 누가 좋은 교사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마다 생각과 잣대가 다르니 제각각의 대답이 나올 성싶다. 또 셋 다 좋은 교사라고 생각할 수도, 그 누구도 좋은 교사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위에서 예시한 세 명의 교사는 학교 사회에서 썩 괜찮은 교사 불릴 만하다. 각각 나름 대로의 특장점이 있다. 사실 그런 특장점이 없는 교사들이 많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특장점이 없는 교사들에 비해, 위에서 예시한 세 명의 교사는 괜찮은, 또는 좋은 교사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런데 3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하면서, 꽤 괜찮은 교사의 예를 이 정도밖에 들 수 없어 씁쓸하다. 물론 정말 훌륭한 교사들의 모습을 보고 듣기는 했다. 책이나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다. 위에서 예시한 교사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점은 무엇일까?
바로 '수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기자에게 기사가, 판사에게 재판이, 의사에게 진료가 가장 중요하듯이 교사에게는 수업이 가장 중요할 터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어떤 교사가 괜찮은 또는 좋은 교사인지 논할 때 '수업'이 기준으로 작동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그 사람은 수업을 참 잘하는 좋은 교사야.'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그 사람은 배려심이 깊고 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좋은 교사야.'라든가, '그 사람은 진학 지도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좋은 교사야.'라든가, '그 사람은 학교 업무를 열정적으로 처리하는 좋은 교사야.'라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게 말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학교 현장에서 다른 교사가 어떻게 수업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혁신학교에서 주기적으로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회를 가짐으로써 수업 역량을 키운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내가 근무한 지역 학교의 경우, 동료 교사에게 수업을 보여주는 일은 서류상으로만 이루어지곤 했다.
이런 형편이니, 어떤 교사가 자신의 수업 역량을 향상하려면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할 수밖에 없다. 혼자 해서는 수업 역량을 향상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이 수업하는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 또 자신의 수업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수업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학교 교육의 위기', '교실 붕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업이 무너졌으니 학교 교육이 위기에 처하고 교실이 붕괴되었을 터이다.
그러므로 학교는 수업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학교에서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이 그 시초가 될 수 있을 터이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을지 모든 교사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동료 교사들끼리 수업을 서로 보여주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업 잘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시안을 내놓았다. 이 시안에 대한 왈가왈부가 한창이다. 이런 와중에도 학교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수업'이 교육 문제에 관한 핵심 주제가 되어야 한다. 수업이 바로 서면 학교가 바로 선다. 그러면 교사들이 어떻게 하면 착한 교사가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류 대학에 학생을 많이 합격시킬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교 업무를 잘 처리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을 것이냐를 고민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