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04> 2024. 9. 24.(화)

by 꿈강

<타임 라인>

- 6시 30분: 딸네 집 도착

- 8시 20분: 손녀딸 거실로 나옴(피곤한지 안 일어나기에 방으로 가 안고 나옴).

- 9시 30분: 등원


-15시 55분: 하원

-16시 10분: 스콜라 몬테소리 도착

-17시 20분: 딸 스콜라 몬테소리 도착, 우리 부부 퇴근


<아침 메뉴>

소고기 뭇국에 만 밥, 호박죽, 한 입 크기로 썬 사과, 한 입 크기로 자른 치킨





피곤한 모양인지 8시가 넘었는데도 손녀딸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페파 피그(Peppa Pig)'라는 영어 애니메이션을 틀어 놓고 손녀딸 방으로 가 손녀딸을 깨웠다. 조금 꼼지락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깨더니 애착 인형 '보노'를 끌어안는다. 손녀딸은 보노를 안고 나는 손녀딸을 안고 거실로 나오려는데, 손녀딸이 '라푼젤! 라푼젤!'이라고 외친다. 부랴부랴 라푼젤 인형을 찾아 손녀딸에게 안긴 다음 손녀딸을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거실 시계를 보니 8시 20분이다.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페파'를 보면서 아내가 준비해 준 아침을 먹인다. 사과는 손녀딸이 직접 포크로 찍어 먹지만 나머지는 내가 먹여 준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가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뭇국에 만 밥과 호박죽과 치킨을 번갈어 먹여 주는데, 다행히 잘 받아먹는다.


아내가 항상 조마조마해하는 등원복 문제도 오늘은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아내가 골라 온 원피스를 보더니 단박에 오케이를 했다. 하긴 요즈음 등원복 문제로 크게 속 썩이는 일은 없다. 어떤 주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창 쪽으로 가더니 조심조심 라마 인형을 가지고 와 아내에게 보여 준다. 라마 인형의 등 부위가 벌어져 있고 내장재로 채운 솜뭉치가 보였다. 손녀딸이 아내에게 자기가 라마 인형 엄마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아내가, 내가 인형 의사니까 인형을 고쳐주겠노라고 했단다. 손녀딸의 행동이 하도 귀여워서 딸내미에게 메시지로 알려주었더니 딸내미가 말하기를, 어제까지는 손녀딸이 그 라마 인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단다. 네 살배기 손녀딸의 마음을 도시 종잡을 수가 없다. 등이 찢어진 라마 인형이 갑자기 불쌍해 보였던 걸까?


생각보다 빠르게 등원 준비를 마쳤다. 손녀딸에게 어린이집에 가야 하니, 보고 있던 애니메이션을 끄라고 하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텔레비전 리모컨을 꼭꼭 눌러 껐다. 많이 컸다. 어린이집은 꼭 가야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나 보다.


티니핑 인형 하나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요즘 손녀딸의 최애인 빨간 구두를 신으면서 큰 소리로 티니핑 노래를 부른다. 문 밖에 나가서도 계속 부른다. 손녀딸은 박자 감각이 탁월하다. 나보다 한 수 위다. 박자 감각도 타고나는 것인가 보다. 딱히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손녀딸이 박자를 딱딱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주차할 공간이 몇 군데 보이기 때문이다. 손녀딸 손을 잡고 어린이집 현관 쪽으로 갔는데 거기서 같은 반 남자아이를 만났다. 손녀딸보다 키가 작은 아이다. 실내화로 갈아 신은 손녀딸은 그 아이가 실내화로 갈아 신기를 기다렸다가 그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둘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손녀딸이 꼭 누나인 것처럼 보인다.


9시 30분, 손녀딸의 등원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자동차로 손녀딸을 하원시키러 갈 때마다 늘 조마조마하다. 주차할 곳이 없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3시 45분쯤이다. 주차할 공간이 세 곳 정도 보인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라 할 만하다. 등원 때와 하원 때 모두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3시 55분쯤 손녀딸이 나왔다. 오늘은 손녀딸이 몬테소리 교육을 받는 날이다. 손녀딸을 태우고 몬테소리 교육을 받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4시 10분이다. 몬테소리 교육은 5시 10분에 시작한다. 시간을 좀 보내야 하는데 난감하다. 자주 가던 빵집이 공사 중이다. 할 수 없이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손녀딸이 갑자기 뽑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넣고, 장난감 목걸이를 뽑았다. 손녀딸은 목걸이가 예쁘다며 매우 흡족한 눈치다. 옆 가게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몬테소리 교육을 받는 곳으로 올라갔다.


함께 교육을 받는 또래 남자아이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손녀딸에게 간식을 먹이며 아내가 책을 읽어 주었다. 오늘은 얌전하게 잘 듣는다. 그러는 사이에 그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보통 폴짝폴짝 뛰면서 서로 반가워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서로 데면데면하다. 이윽고 교육 시간에 되어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가자고 하는데 손녀딸이 젤리 봉지를 들고 들어가려고 한다. 선생님이 안 된다고 하는데도 처음에는 가지고 들어가려고 하다가 선생님이 재차 이야기하자 그제야 젤리 봉지를 할머니에게 건넨다. 그래도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우리 손녀딸이다.


딸내미가 왔다. 딸내미 도시락 가방을 받아 들고 몬테소리 교육 장소를 나섰다. 간단하게 장을 본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