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청소, 누가 해야 하나요?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성싶기는 하다. 5월 하면 어린이, 어버이 등의 단어가 떠오르지, 청소년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학교에서 청소년의 달과 관련한 행사를 진행한 기억이 흐릿하게나마 난다. 기억이 흐릿한 걸 보니, 꽤 오래되었나 보다.
이런 생각을 멍하니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교무실 청소하러 왔다. 아이들의 상큼발랄함이 교무실을 가득 채운다. 한 아이가 ○○샘 성대 모사해 볼게요 하더니, 냅다 성대모사를 한다. 비슷한 것 같지는 않지만, 하는 짓이 귀엽다. 그러더니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무실 쓰레기통을 들고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훌쩍 가 버린다.
그 아이들을 보며 문득, 교무실 청소를 학생들에게 시켜도 되나 하는 생각이 불뚝거린다. 내가 교직에 첫발을 들인, 1989년 즈음에는 학생들이 교무실 청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선생님들의 재떨이까지 비우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 지역(지방 소도시)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무실을 비롯하여 교사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청소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나도 학생들의 교무실 청소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직전 근무 학교에선 교무실 청소하는 인력이 따로 있었다. 학교 예산으로 고용했다고 했다. 그때는 좀 독특한 학교라는 생각만 했다. 학생들에게 교무실 청소를 맡기지 않는 최초의 학교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2021년 2월, 우연히 뉴스를 보게 되었다. 국민권익위에서, 학생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학생들에게 청소하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하니 각 교육청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는 내용이었다.
2021년 3월에 지금의 학교로 옮겨오면서 2학년 담임을 맡았다. 학급 청소구역 배정표를 보고 나서, ‘어라랏,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 반이 교장실 청소 담당이었다. 직전 학교에서의 사례와 국민권익위의 권고 사항이 내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국민권익위의 권고 사항에 따라, 당연히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 청소를 시키지 않을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그런 공간들을 학생들이 청소하도록 배정해 놓았다.
학교 환경 담당 교사에 찾아가 국민권익위 권고 사항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았다. 그런 뉴스를 얼핏 들은 듯하지만, 교육청에서 공문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고 학교 관리자들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 예전대로 청소구역을 배정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강력한 계기가 없다면, 그 누구라도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이어온 관행을 바꾸려 하지는 않을 터이다. 학교장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득달같이 달려가서 묻고 싶었다. 헌데 그러지 못했다. 망설였다. 이제 막 학교를 옮긴 터라 너무 나대면 좋을 게 없으리라는, 일종의 자기 검열 때문이었다.
학교라는 사회가 원래 좀 그렇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모난 돌이 되기를 저어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나 또한 그런 편이라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와 비슷하리라 짐작하는데, 학교만이라도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만 소심한 탓에 이러한 학교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는 못했다. 나의 교직 생활에서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을지라도, 반드시 시도하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씁쓸하다. 씁쓸하다. 또 씁쓸하다.
교무실 청소 얘기로 돌아가자. 망설이고 주저하다 3월 끝자락이 되었다. 용기 내어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교장에게 학생들의 교무실 청소, 국민권익위의 권고 사항, 직전 학교의 사례 등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다.
교장이 말했다. 본인도 국민권익위의 권고 사항을 잘 알고 있었노라고. 그래서 고민이 많았노라고.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미 청소구역을 배정하여 한 달 정도 시행했으니 올해는 그냥 이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또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청소하는 학생들에게는 봉사 시간을 부여할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 학생들에게 봉사 시간을 준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청소한다는 행위는 동일한데, 어떤 학생은 봉사 시간을 부여받고 다른 학생은 그냥 청소를 하고. 동일한 행위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게 마땅한 일인가?
교장의 이야기를 듣고, 알았다고 할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학교에서 교장의 생각이나 결정을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수준이랄까. 이 이야기를 들으면 펄쩍 뛸 교장들이 많을 듯도 싶다. 예전과 달리 교장의 권위는 많이 약해진 터라, 교장도 마음대로 학교 운영을 하는 건 아니라고 논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다. 뭐,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그렇다. 그렇지만 여전히 교장의 의견에 반하여 학교의 일이 진행되는 경우를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학생들의 교무실 청소 건은 일단락되었다. 교장의 이야기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2022년부터는 학생들의 교무실 청소 건에 대해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도 좋을 터였다. 그러나 2022년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학생들이 교무실을 청소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이고.
가만히,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학생들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지 않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싶다. 국민권익위의 권고처럼, 인권침해 어쩌고저쩌고까지 갈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냥 자신이 사용하는 공간을, 자신이 청소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 아닌가? 비단 교무실 청소 문제뿐만이 아니다. 학교가 좀 더 민주적이고 지내기 좋은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 참 많다. 누구도 선뜻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뿐.
이야기하자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을 듯하니, 청소 이야기로 마무리하자. 학교에서도 자신이 쓰는 공간은, 그 공간을 쓰는 사람이 청소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 그게 좀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