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보낸 한평생
학교에서 '장학지도'라는 게 사라졌습니다만...
문득 생각해 보니, 학교 현장에서 '장학지도'라는 게 사라졌다. 연례 행사처럼, 통과의례인 양 치르던 것이었는데...... 학교를 다녀본 사람은 장학지도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하게나마 날지도 모른다. 아마도 '청소, 교사들의 느닷없는 정장 차림, 교실 뒤쪽에 놓이는 의자들, 수업하는 교사가 쓰는, 적응되지 않는 존댓말' 등으로.
장학지도란 교육청에서 여러 명의 장학사가 학교로 와서, 학교의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도록 권고하는 교육행정 행위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장학지도와 관련하여 교사들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연구수업'이다. 연구수업을 통해 자신의 수업을 장학사들에게 공개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만든 것이리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연구수업을 좋아하는 교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겠으나 최소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학기 초, 장학지도와 관련한 교육청 공문이 내려왔을 때 자신의 담당 교과 장학사가 배정되어 있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반면 장학사가 배정된 교과는, 조금 보태서 얘기하면 거의 호떡집에 불 난 지경이 된다. 교과 담당 교사 모두가 모여 누가 연구수업을 할지 논의를 한다. 뭐 사실 답은 거의 정해져 있지만, 가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관행을 따르려 하지 않는 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관행적으로 그해 그 학교로 전입한 교사가 연구수업을 한다. 그런데 그해 전입한 교사가 한 명뿐이고, 그 한 명이 나이 많은 교사라면 애로사항이 많아진다. 전입한 그 교사가 끝까지 못하겠다고 버티면, 대개 막내 교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연구수업을 떠맡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연구수업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해당 교과 교사 모두와 장학사가 연구수업을 참관한 다음 수업한 교사와 함께 모두 모여 연구수업에 대한 강평을 한다. 해당 교과 교사들은 대개 두루뭉술히게 '고생했다, 멋진 수업이었다'라는 덕담 수준의 얘기를 하고 장학사가 수업의 개선점에 대한 얘기를 한다. 물론 수업을 한 교사의 자기 비판을 동반한 수업 소감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고 해당 교과 교사들이 수업참관록이라는 걸 업무 담당 교사에게 제출하면 장학지도가 마무리된다. 이로써 모든 게 끝나는 게 문제라 생각한다. 그 이후가 없다. 1년에 한 번뿐인 이런 형태의 장학지도로 교사들의 수업 역량이 향상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장학지도가 없어졌다. 장학지도가 장학협의로 바뀌더니 그마저 사라졌다. 교사의 수업 역량 강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장학지도가 없어진 건 마땅한 일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다고 할 수 있는 교사의 수업 역량을 끌어올릴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금 장학지도를 대체하고 있는 건 '수업 공개'이다. 한 학기에 한 번, 수업 공개 주간을 정하고 학부모까지 초청한다. 해당 교과 교사와 학부모가 공개한 수업을 보고 수업의 개선점을 찾아보자는 취지일 터이다. 학부모까지 초청하니 일견 진일보한 듯 보인다.
그런데 해당 교과 교사가 공개한 수업을 참관하려면 참관 교사의 수업을 바꾸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수업 교체가 어려워서인지, 수업 공개 주간에 업무 담당 교사가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공개 수업 참관은 수업이 없는 샘만 하시면 됩니다.' 만일 그 시간에 수업이 비는 해당 교과 교사가 단 한 명도 없다면 공개 수업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학부모들이 오지 않냐고? 오기는 온다. 평균적으로 한 학년에 너댓 명. 와서는 수업 공개하는 교실에 잠깐, 한 5분, 들른 다음 휙 나가버린다. 그걸로 끝이다. 이런 형편이니 수업 공개 주간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 역량을 키운다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할밖에.
학교에서 왜 이런 별 영양가 없는 수업 공개 주간을 운영하는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다. 업무를 담당하는 주관 부서 부장교사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그저 하라고 하니 한단다. 교육청 지시사항인 듯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수업 공개 주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뭐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교육청도 학교장도 교사들도 아무도 거기에 신경쓰지 않는단다. 그저 수업 공개 주간을 현수막을 통해,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열심히 알리는 데 힘쓸 뿐이다. 그러고 나면 그만이다. 무엇을 위해 수업 공개 주간을 운영했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당연히 수업이다.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 수준 높은 수업을 제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수업의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수업에서 교사의 수업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하는 말이리라.
수업이, 교사의 수업 역량이 이토록 중요한데, 학교에 교사의 수업 역량을 향상시킬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게 믿기는가. 교사 개인이, 오롯이 자신만의 힘으로 수업 역량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해서 되겠는가. 타고난 천부적 재질이 있어 처음부터 멋진 수업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허나 그런 교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수업 역량은 한순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 꾸준히 노력해야 조금씩 조금씩 능력치가 올라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교사의 수업을 보며, 다른 교사와 소통하는 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에는 교사들의 수업 역량을 끌어올릴 장치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수업 역량을 끌어올리려고 혼자서 안달볶달해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다. 오호 통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