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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54> 2025. 04. 16.(수)

by 꿈강

이제 감기가 끝물인 듯하다. 가래가 약간 남아 있기는 하나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온 식구가 앓았다. 특히 아내는 장염과 감기를 함께 앓느라 고생이 막심했다.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느꼈다. 몸이 좀 안 좋더라도 손녀딸 돌보기를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 부부가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손녀딸을 잘 돌볼 수 있으니 말이다.


6시 30분이 채 안 되어 딸네 집에 들어가니, 사위는 이미 출근하고 없다. 요즘 출근이 이르다. 손녀딸은 곤히 잠들어 있고 딸내미는 제 도시락을 싸며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딸내미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어제 손녀딸이 몬테소리 수업이 끝나고 심하게 넘어졌다고 한다. 얼굴을 정면으로 바닥에 부딪혔다고. 코와 입에서 피가 제법 많이 났단다. 다행히 이가 부러지거나 하지는 않았고 손녀딸도 곧 괜찮다고, 그렇게 아프지 않다고 했단다. 까불다가 미끄러운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진 듯하다. 정말 아이들은 언제 어떻게 다칠지 모른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녀딸은 7시 30분쯤 일어났다. 아침밥과 과일을 거의 다 먹었다. 입 안 어딘가가 불편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야말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아침을 먹은 손녀딸은 그림 그리기 삼매경에 빠졌다. 동그라미를 열심히 그리던 손녀딸이 나한테 동그라미를 그려 달라고 한다. 자기가 그린 동그라미가 동그랗지 않은 탓이다. 예전에는 동그라미를 동그랗게 못 그리면 짜증을 내며 그림을 내팽개치곤 했는데, 이제는 내게 동그랗게 그려 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것도 한 뼘 자란 것이리라. 내가 동그라미를 그려 주니, 손녀딸은 거기에다 눈, 코, 입을 그린 다음 몸통을 이어 그린다. 이내 손녀딸은 '인어공주'를 뚝딱 그려냈다. 남들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썩 잘 그렸다.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 하는 손녀딸을 달랜 다음 딸네 집을 나섰다. 소아과에 들렀다가 어린이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손녀딸 감기도 끝물이다. 다섯 살이 되면 감기에 덜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소아과를 무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하도 자주 가서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다. 손녀딸이 약국에서 무언가를 사 달라고 할까 봐, 아내가 미리 손녀딸에게 오늘은 약국에서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명토 박아 논 덕분에, 손녀딸은 약국에서 아무것도 안 사고 약만 지어먹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할아버지 마음에는 막무가내로 떼를 쓰지 않는 손녀딸이 기특하기만 하다.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간 손녀딸이 꽤 오랫동안 동그마니 앉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실로 올라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내려오지 않는 것이다. 유리문 밖에서 아내와 내가 손녀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손녀딸도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떤 날은 우리가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본체만체하는데, 오늘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우리를 향해 웃음 지으며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었다. 뭘 해도 예쁘기만 한 우리 손녀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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