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69> 2025. 07. 17.(목)

by 꿈강

비가 세차게 퍼붓는 날이다. 아내는 집에 있고 나 혼자 손녀딸을 하원시키러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하원 시간보다 좀 이르게 어린이집에 도착했기에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어린이집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때 어린이집 2층 어딘가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한 줄로. one by one!" 어린이집에 붙어 있는 영어 어학원서 수업을 마친 꼬마들이 자기 교실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그 무리에 우리 손녀딸도 끼어 있으리라. 손녀딸이 매일 그 시간에 영어 어학원에서 공부를 하니 틀림없는 사실이다. 손녀딸이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입가에 맴도는 미소를 감출 방법이 없다.


얼른, 하원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현관 쪽으로 갔다. 아이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1층 로비에 옹기종기 앉는 모습을 유리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 손녀딸은, 내가 유리창 밖에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손을 번쩍 들며 하원 지도를 하는 선생님께 뭐라 뭐라 외친다. 입 모양으로 보건대 "할아버지 왔어요."라고 하는 듯하다. 그런 손녀딸 모습이 내게는 왜 그리 예뻐 보이는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엘리베이터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손녀딸이 맨 먼저 쏙 튀어나왔다. 나하고 눈이 마주쳤다. 손녀딸이 손을 번쩍 들며 무어라고 외치고 선생님이 손녀딸을 출입문 쪽으로 데려온다. 재빨리 출입문 앞으로 이동해서 손녀딸을 맞이한다. 손녀딸은 "할아버지!"라고 외치며 냉큼 나한테 안겼다.


안았던 손녀딸을 내려놓으며 신발을 갈아 신으라고 했다. 신발을 갈아 신은 손녀딸은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했다. 비가 와서 안 된다고 했더니 금세 울상이 되었다. 할 수 없이 차에 가서 우산을 꺼내 와 손녀딸 손을 잡고 어린이집 바로 옆 놀이터로 갔다.


물이 조금 고인 곳을 발견한 손녀딸은 그 위에서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샌들을 신은 채 말이다. '아, 이걸 하고 싶어서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녀딸이 즐겨 보는 '페파 피그(Peppa Pig)'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들이 늘 하는 놀이이다. 물론 그들은 물 웅덩이가 아니라 진흙 웅덩이(muddy puddle)에서 뛰지만 말이다.


샌들을 신은 채 서너 곳의 물 웅덩이에서 뛰고 논 손녀딸의 양말이 홈빡 젖었다. 손녀딸이 갑자기 "이제 그만 갈래."라고 말했다. 양말이 젖어 찝찝한 탓이리라. 우리 손녀딸은 그런 걸 못 견뎌한다. 아니나 다를까. 차에 타자 마자 샌들과 양말을 훌렁훌렁 벗어던진다.


그러더니 간식을 먹겠단다. '충주 샌드'를 달란다. 포장을 벗겨 주니 얼른 출발하라고 성화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손녀딸은 차가 달릴 때 샌드를 먹는 걸 좋아한다. 어떤 때는 차가 달리다가 신호 대기에 걸려 멈추면 샌드를 먹지 않고 있다가 차가 다시 달리면 먹는 경우도 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차가 달릴 때 먹으면 더 맛이 있는 걸까?


샌드를 뚝딱 먹어 치운 손녀딸이 물을 찾는다. 오늘따라 물이 안 가져왔다. 좀 참았다가 집에 가서 먹자고 해도 계속 칭얼대며 물을 찾는다. 물은 없고 주스가 있으니 주스를 마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주스 마시면 목이 더 말라."라고 했다. 그래서 사탕을 먹겠냐고 물었더니 금세 화색이 돌며 그러겠단다.


차가 신호 대기에 걸린 틈을 타 재빨리 사탕 껍질을 벗겨 사탕을 건넸더니 아주 맛있게 쪽쪽 빨아먹는다. 물 먹고 싶다고 한 건 사탕을 먹기 위한 큰 그림이었을까.


아무튼,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손녀딸 하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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