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73> 2025. 08. 28.(목)

by 꿈강

어제는 손녀딸이 5시에 하원하는 날이었다. 발레 수업이 있는 월요일과 방송 댄스 수업이 있는 수요일은 5시 하원이고 나머지 날은 4시 하원이다. 얼마 전부터 5시 하원 날에는 손녀딸이 좀 일찍 어린이집 로비에 나와 있었다. 이르면 4시 40분쯤에도 나와 있는 경우가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랬다.


그래서 4시 10분경 도서관에서 나와 차를 몰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손녀딸이 어린이집 로비에 앉아 멍하니 나를 기다리는 게 싫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로비에 나오자마자 유리문 너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할아버지 왔어요.'라고 외치고는 어린이집 밖으로 달려 나와 내 품에 폴짝 뛰어 안기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 손녀딸을 품에 안는 그 순간, 세상 모든 행복이 내게로 달음질쳐 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때 딸내미한테서 전화가 왔다. 손녀딸이 4시에 하원해서 어린이집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손녀딸이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오면 딸내미한테 알람이 오는데, 그 알람이 와서 딸내미는 시스템 오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인 딸내미 지인이 전화를 해서, 손녀딸이 어린이집 문 밖으로 나와 혼자 두리번거리고 있는 걸 발견하고 다시 어린이집 안으로 들여보냈노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우리 손녀딸이 수요일에 방송 댄스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급해졌다. 4시 25분쯤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어린이집 주변은 한산했다. 어린이집 유리문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노라니, 내 얼굴을 알고 있는 어린이집 교사 한 분이 손녀딸을 불러주기를 원하는지 물었다. 방송 댄스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4시 40분쯤 손녀딸이 어린이집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발견한 손녀딸이 문 밖으로 나오더니 폴짝 뛰어 내 품에 안겼다.


마침 어린이집 원감 선생님이 따라 나왔길래, 손녀딸이 어쩌다가 4시에 어린이집 밖으로 나왔는지 물어보았다. 경위는 이랬다. 손녀딸 담임 선생님이 착각을 해서 손녀딸을 4시에 로비로 내려보낸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원감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어제 4시에 태권도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 많아 로비가 꽤 북적거렸고 그 아이들이 우르르 어린이집 밖으로 나갈 때 우리 손녀딸도 그 틈에 섞여 어린이집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손녀딸 하원 때 늘 일찍 와 기다리고 있어서, 손녀딸이 로비로 나오자마자 어린이집 밖으로 나가기에 어린이집 측에서도 미처 점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일이 벌어진 데에 대한 사과도 했지만 원감 선생님의 말은 변명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어쩌면 인간의 방어 심리 기제상,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역지사지해 보면 변명을 앞세우는 원감 선생님을 이해해 줄 수도 있을 듯하다. 그래도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라고 말했다. 원감 선생님은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이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는데 딸네 부부는 달랐다. 사위가 원감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아이들 하원 시스템을 보완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이들 하원 때 보조 교사를 더 배치하고 보조 교사가 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 문 밖으로 나와 보호자에게 아이를 인계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미처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까지는 못 했다. 역시 젊은 사람들이 훨씬 낫다.


하여튼 이 해프닝은 아무 일 없이 마무리되었다. 손녀딸을 차에 태우고 딸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내가 손녀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순돌아, 너 왜 할아버지도 안 왔는데, 어린이집 밖으로 나왔어.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마. 또 어린이집 밖으로 나왔는데 할아버지가 안 보이면, '할아버지 안 왔어요. 다시 들어갈래요.'라고 선생님한테 말해."


손녀딸은 잠시 침묵하더니 "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조금 뒤 소리 높여 외치기 시작했다. "이 사탕 왜 이래?"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차가 신호 대기로 멈춘 틈을 타 손녀딸에게 사탕을 받아 보니, 막대 사탕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손잡이를 단단히 끼운 다음 손녀딸에게 되돌려 주었더니 "왜 출발 안 해."라고 소리친다. 신호가 바뀌어 차가 출발하자 "이야기 틀어 줘."라고 소리소리 질러 내 혼을 쏙 빼놓는다.


손녀딸 심기가 불편할 때 나오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내가 한 말을, 저를 혼내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혼났다고 생각할 때, 손녀딸은 흔히 이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다. 나로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당부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손녀딸 생각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손녀딸의 이런 모습도 나는 마냥 귀엽게만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들은 이럴까? 나중에 딸내미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딸내미는 배꼽 빠지게 웃었다. 그러면서 손녀딸 딴에는 할아버지를 확인하지도 않고 어린이집 문 밖으로 나온 자신의 실수가 민망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실수에 민망해서 그랬든 할아버지가 저를 혼내는 것 같아서 그랬든 우리 손녀딸의 귀염성은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린이집 측에서 아이들 하원 시스템을 보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천둥벌거숭이들 아닌가.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어린이집 문 밖으로 나와, 보호자가 왔는지 확인하고 보호자의 손에 아이 손을 쥐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어린이집 측에서는 매우 힘든 일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나쁜 상황이 발생한 다음에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오히려 쉬운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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