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75> 2025. 09. 03.(수)

by 꿈강

딸네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손녀딸은 제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일찍 잠이 깨면 손녀딸은, 피곤한 탓인지 짜증이 잦다. 우리 부부가 딸네 집에 들어갔을 때 손녀딸이 콜콜 자고 있다는 것은 하루가 평안하게 흘러갈 조짐이다.


딸내미가 출근한 뒤 7시 10분쯤, 손녀딸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할머니를 불렀다. 아내가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 상황이라 후다닥 내가 달려갔다. 손녀딸은 침대에 누운 채 나를 흘깃 보더니 "할머니 오라고 해."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아내가 불려 왔다. 손녀딸은 할머니를 보자 딱 한마디만 했다. "뽁뽁이."


'뽁뽁이'는 아내가 손녀딸 손가락을 하나하나 꼭꼭 눌러가며 조물조물 마사지해 주는 걸 말한다. 아내가 손녀딸 손가락을 꼭꼭 누르며 손톱이 있는 쪽으로 조금씩 내려오다가 손가락 끝부분에서 재빨리 손을 빼면 '뽁'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뽁' 소리가 잘 나지 않으면 아내가 입으로 '뽁' 소리를 내준다. 그래서인지 손녀딸은 이 손가락 마시지를 '뽁뽁이'라고 부른다. 우리 손녀딸은 가히 작명의 귀재라 할 만하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경차 '레이'를 처음 보고 손녀딸이 '젤리 같아.'라고 해서 그 차는 '젤리'라 불린다. 우리 부부의 또 따른 차인 검은색 중형차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손녀딸에게 물어보자, 잠시 고민하던 손녀딸이 '까망이?'라고 해서 그 차는 '까망이'가 되었다.


할머니의 정성 듬뿍 '뽁뽁이'를 받고 난 손녀딸이 거실로 나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게 손녀딸의 루틴이다. 텔레비전을 켰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어떤 사달이 일어날지를. 텔레비전을 켜자마자 손녀딸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페파 피그(Peppa Pig)' 중 한 화면이 스치듯 나타났다. 손녀딸이 외쳤다. "저거!"


그런데 그 화면을 선택하려는 순간 그 화면이 사라졌다.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고 텔레비전 화면의 여기저기를 눌러 그 화면을 찾으려 했으나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손녀딸의 울음이 터졌다. '페파 피그(Peppa Pig)' 중 다른 회차를 찾아, 이거 재미있겠다며 보자고 했더니 "재미없어!"라고 단박에 거절했다. 그 어떤 다른 회차를 찾아보자고 해도, 모두 재미없다고 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라며 서럽게 울었다.


우리 손녀딸이 아주 속상할 때 하는 소리이다. 그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기와 너무 가까이 있으니 "저리 가!"라고 했다. 아내가 "할머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원하는 게 있으면 예쁘게 말해야지."라고 하니 손녀딸은 "너무 가까이 있으니 멀리 가 주세요."라고 공손하게 말했다. 이럴 때는 손녀딸 말대로 해 주는 게 상수다. 손녀딸 놀이방으로 들어가 한동안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나는 놀이방에 그대로 있고 아내가 거실로 나가 손녀딸에게 갔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얘기가 잘 되는 듯했다. 슬슬 거실로 나갔다. 아내는 손녀딸 머리를 따 주고 밥도 먹이느라고 몹시 분주했다. 손녀딸에게, 할아버지가 밥 먹여줘도 되냐고 물었더니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뜻이다. 손녀딸 곁으로 다가가 앉아 밥을 떠먹여 주니,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다. 손녀딸 마음이 풀어진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마음이 풀어지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것도 기특하다. 그만큼 큰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로 어린이집 등원 준비는 순조로웠다. 아, 옷 때문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기는 했다. 아내가 골라 옷을 계속 퇴짜를 놓더니 주머니 있는 옷을 입겠단다. 주머니에 손녀딸이 좋아하는 인형을 넣고 가고 싶은 것이다. 손녀딸 옷장으로 가서 주머니가 있는 옷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어제 입고 간, 주머니가 달려 있는, 빨려고 세탁기 빨래통 안에 넣어 둔 옷을 꺼내 왔더니 만족해하며 입었다.


이렇게 오늘의 작은 소동은 잘 마무리되었다. 정말로 다행이고 기특한 사실은, 손녀딸이 단 한 번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 기분이 상하면 "어린이집 안 갈래!"라고 소리치며 떼를 쓸 법도 한데 우리 손녀딸은 그러지를 않는다. 울면서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는 손녀딸을 보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려 오는데 그런 모습을 실제로 보면 마음이 찢어질 듯하다. 그래서 우리 손녀딸이 기특하고 신통방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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