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74> 2025. 09. 02.(화)

by 꿈강

평소보다 5분 정도 이른, 6시 25분쯤 딸네 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거실 불이 환하다. 손녀딸이 깼다는 신호이다. 아니나 다를까. 손녀딸은 거실 매트에 앉아 소파에 머리를 살짝 기댄 채 애착 인형 '보노'의 꼬리에 제 입술을 문지르고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본체만체한다.


10분이나 지났을까? 손녀딸이 갑자기 "심심해!"라고 소리친다.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는 말이다. 시간도 이르고 해서 내가 "순돌아, 할아버지가 책 읽어 줄까?"라고 물었더니 단박에 싫다고 한다. 그럼 다른 놀이하면서 놀자고 꼬드겨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으려니 아내가 거든다. 그냥 텔레비전 틀어주라고. 그래서 얼른 텔레비전을 틀어주니 손녀딸 얼굴이 활짝 펴졌다. 딸내미는 '너무 오래 보지는 마.'라는 손녀딸에게 남기고 출근길에 나섰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내가 준비한 아침밥을 손녀딸과 함께 먹었다. 손녀딸 아침밥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소고기 뭇국에 만 밥과 과일이다. 다행히 오늘은 밥을 잘 받아먹는다. 세상에서 제일 흐뭇한 풍경 중 하나가 제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라더니, 정말 어디 하나 그르지 않은 말이다. 어린이집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는 일도 아주 순조로웠다. 아내가 골라 온 옷을 단박에 오케이를 했다. 손으로 오케이 모양을 만들면서 말이다. 손녀딸이 오늘 부린 유일한 까탈은, 이제 그만 가자고 텔레비전을 끄자 조금만 더 보겠다고 한 것뿐이다. 그러나 그건 까탈이랄 것도 없었다. 다시 텔레비전을 켜고 보던 프로그램을 2~3분 더 보여준 뒤, 이제 텔레비전을 끄자고 하자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리모컨 단추를 꾹꾹 눌러 텔레비전을 껐다.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어린이집으로 가는 차 안. 뒷좌석에 손녀딸과 아내가 나란히 앉았다. 어떤 때는 혼자 앉겠다며 할머니를 앞 좌석에 앉게 했는데 오늘은 뒤에 나란히 앉은 것이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다른 어린이집으로 간 친구가 보고 싶은지를 손녀딸에게 물었다. 손녀딸은 그 아이가 가끔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했다. "걔가 없어서인지 '무○이'가 나를 좀 불편하게 해."라고 말했다. '무○이'는 같은 반 남자 아이다. 아내가 손녀딸에게 그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밥 먹을 때 나보고 자꾸 자기를 보라고 해." 손녀딸의 대답이었다. 손녀딸이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 또 '무○이'는 왜 밥 먹을 때 우리 손녀딸에게 자기를 보라고 하는 것일까? 참으로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정신세계이다.


손녀딸의 다음 이야기를 듣고 나는 거의 포복절도 일보 직전이 되었다. 아내와 손녀딸의 대화를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내 기억에 의존한 터라 백 퍼센트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이러하다.


아내 :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어?"

손녀딸 : "응, 보는 척 마는 척했어."

아내 : "보는 척 마는 척은 어떻게 하는 거야?"

손녀딸 : "봤다가 안 봤다가 봤다가 안 봤다가 하는 거야."


밥 먹을 때 자기를 쳐다보라는 친구의 말에, '보는 척 마는 척' 했다는 손녀딸의 말에 그야말로 빵 터졌다. '보는 척 마는 척'이 '한 번은 봤다가 한 번은 안 봤다가' 하는 것이라지 않는가. 밥 한 숟갈 입에 물고 한 번은 그 친구를 쳐다보고, 또 밥 한 숟갈 입에 물고 이번에는 그 친구를 쳐다보지 않는 손녀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니 웃음을 참을 도리가 없었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나마 깨끗이 사라졌다. 이래서 아이들이 꼭 있어야 하나 보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우리 손녀딸과 오래오래 함께하려면 우리 부부가 건강해야 한다. 얼마 전 시작한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최소한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해야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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