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76> 2025. 09. 17.(수)

by 꿈강

딸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녀딸은 제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어제와 그제 이틀 연속 우리 부부가 딸네 집에 들어갔을 때 손녀딸은 깨어 있었는데 말이다. 일찍 일어나면 별것 아닌 걸 트집 잡아 짜증을 잘 내는지라 적이 안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아주 순조로웠다. 일곱 시 좀 넘어 일어난 손녀딸은 아내가 차려 준 아침밥을 평소보다 훨씬 잘 먹었다. 아내가 골라 온 옷도 단박에 오케이를 받았다. 어린이집 등원 준비가 물 흐르듯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손녀딸이 갑자기 '인어 공주' 머리띠를 찾기 시작했다. 먼저 손녀딸 혼자 그 머리띠를 찾으러 놀이방과 손녀딸 침대 방으로 갔다. 손녀딸은 이내 울상이 되어 빈손으로 돌아왔다. "인어 공주 머리띠 어딨지?"라는 말을 되뇌며 울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비상사태다. 아내가 손녀딸 손을 잡고 머리띠를 찾으러 갔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 모양이었다. 딸내미한테 전화해서 한번 물어보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랴부랴 딸내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업 중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카톡에 메시지를 남겼는데 역시 대답이 없다.


아내의 손에 끌려 거실로 나온 손녀딸은 인어 공주 머리띠를 찾아내라고 울고불고 난리다. 아내가 그렇게 샅샅이 찾았는데도 찾지 못했는데 어디에서 그 머리띠를 찾는단 말인가. 아내가 아무리 달래도 별무소용이었다. 손녀딸은 계속 칭얼댔다. 인어 공주 머리띠를 찾아야 해결될 문제인데 참 큰일 났다 싶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녀딸에게 말했다. "순돌아, 할아버지랑 한번 찾으러 가 보자." 찾으리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다. 그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한 말이었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손녀딸 손을 꼭 잡고 손녀딸 침대 방으로 들어갔다. 아, 그런데 침대 방에 들어가자마자 책장 앞 인형 무더기 위에 무언가가 보였다. 머리띠였다. 내가 머리띠를 들고 "순돌아, 이거야?"라고 물었다.


손녀딸은 칭얼거림을 뚝 멈추고 "응."이라고 대답하더니 살짝 웃었다. 이렇게 작은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내가 인어 공주 머리띠를 찾은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해야 마땅하다. 나는 물건 찾는 데 정말 젬병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뭐 좀 찾아오라고 하면, 바로 코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하고 헤매기 일쑤다. 그런 내 눈에 그 인어 공주 머리띠가 눈에 띄다니! 하늘이 도왔다고 할밖에.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할 때 우리 손녀딸은 늘 짜증을 내며 울곤 한다. 손녀딸을 달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더 크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지만 사달이 나면 해결법이 없어 안절부절못한다. 따끔하게 혼내려니 더 크게 울 것 같고 그렇다고 마냥 달래줄 수만도 없고. 상황을 해결할 좋은 방법을 좀 더 고민해보아야 할 듯하다. 그나저나 그렇게 짜증을 내고 칭얼거려도 예쁘기만 한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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